[씨네21 리뷰]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비법 <배꼽>
2013-01-23
글 : 이기준

영화 <배꼽>은 각자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어느 ‘화목한’ 가족의 이야기다. 공학대학 학과장인 남편 서정민(천호진)이 아름다운 외모의 여제자 윤정(김효진)에게 홀딱 반해서 정신 못 차릴 때, 아내 박혜경(이미숙)은 문화강좌 시간에 강사로 들어온 포토그래퍼 상용(김승우)의 팽팽한 엉덩이를 훔쳐보느라 여념이 없다. 한편 첫째 딸 서지수(지서윤)는 약혼자 앞에서는 쑥스러운 요조숙녀지만 사실 근무시간에 짬을 내서 숨겨논 애인과 뜨거운 섹스를 즐기는 ‘반전 있는 여자’고, 아들 서지환(예학영)은 대학교 도서관에서 도촬한 영상을 보며 자위를 하는 변태 대학생이다. 행복해 보이는 강남 엘리트 집안의 뒷모습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배꼽>은 배우자 이외의 이성에 대한 성적 욕망을 당연한 본능적 욕구라고 인정할 때, 과연 현대의 가족은 어떠한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영화가 내리는 결론은 놀라울 만큼 급진적(?)이다. ‘들키지 않고 바람 피우는 기술이야말로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비법’이다. 하나 실상 등장인물들은 어느 누구도 떳떳하고 쿨하게 외도를 즐기지 못하며, 전형적인 성적 판타지의 상황(여제자 혹은 문화센터 강사와의 관계)에 직면하여 구태의연한 갈등만 반복한다. 이렇게 평면적인 캐릭터와 뻔한 전개 덕분에 이야기는 한바탕 외도 활극에 그치고, 배우들도 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이런 전개 과정의 아쉬움 때문에 엔딩 신의 ‘개족보’ 가족사진 촬영은 좋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추진력을 받지 못해 힘을 잃는다. 평소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천호진의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표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숨은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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