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클로즈 업] 이젠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2013-02-26
글 : 주성철
사진 : 최성열
<라스트 스탠드> 아놀드 슈워제네거

‘영원한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한국을 찾았다. 사실 그에게는 터미네이터뿐만 아니라 코난, 코만도, 라스트 액션 히어로 등 어울리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존재한다. 그만큼 그는 실베스터 스탤론과 함께 가장 오래도록 사랑받은 할리우드의 진정한 액션 히어로다. 그런데 <라스트 스탠드>에서 그가 연기한 작은 마을의 보안관 ‘레이 오웬스’는 늙고 병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흔에 가까운 슈워제네거는 와이어 액션과 총격 등의 액션을 거침없이 소화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과거 LA경찰 마약반원으로서 날고 기던 활약상을 기억해주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추억을 혼자 음미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10년 만의 복귀작 <라스트 스탠드>로 찾아온 그는 ‘추억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라스트 스탠드> 이후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웃을 때 활짝 드러나는 치아와 변함없이 육중한 몸매, 그는 다시 자신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한국을 찾은 소감이 어떤가. 출연한 영화를 통해 홍보차 찾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아주 오래전 보디빌더로 한국을 찾은 적 있고, 나중에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한국을 방문한 적 있다. 그때 “나중에 꼭 내 영화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되어 너무 기쁘다. 게다가 한국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방문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웃음) 한국은 지금 북미 지역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나라다. 꼭 다시 오고 싶었다.

-김지운 감독의 이전작들 중에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나는 원래 서부극의 열렬한 팬이다. <라스트 스탠드>를 복귀작으로 검토하면서 그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봤는데 그 연출과 구성에 매료됐다. 속도감과 유머를 그런 식으로 버무리는 능력은 대단한 것이다. 물론 <라스트 스탠드>와는 다른 성격의 영화지만 그가 충분히 잘해낼 것이라 생각했다. 촬영현장에서 직접 그를 만나서는 나의 확신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계단에서 김지운 감독이 직접 구르면서 연기 시범을 보이는 것을 보고, 할리우드가 왜 그를 계속 데려오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예정에도 없이 김지운 감독의 단편영화 <하이드&시크> 촬영장을 방문했다.
=나도 이제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사람이라(웃음) 영화 현장 구경을 꼭 하고 싶었다. 3대의 카메라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인물들을 잡고 있었는데, 각자 다른 기능을 위해 배치된 것 같았다. 이전에 보지 못한 장면이라 무척 흥미로웠다. 앵글 이동도 다양했는데 김지운 감독의 탁월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장면일 것이다. 현장의 분위기나 스탭들의 열의도 대단해 보였다. 그런 재능있는 사람들이 할리우드로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

-지금껏 함께했던 수많은 감독들을 떠올려보면 김지운 감독은 누구와 비슷한가.
=음… (한참을 고민하고서) 아, 정말 힘들다. (웃음) 따지고 보면 내가 함께했던 감독들은 다 다른 것 같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트루 라이즈>(1994)의 제임스 카메론이나 <프레데터>(1987)와 <마지막 액션 히어로>(1993)의 존 맥티어넌, 하나같이 다 개성 넘치는 감독들이었다. 김지운은 그들과 비교하자면 굉장히 창의적인 숏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현장 스케줄이 빠듯한데도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순간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이 무척 뛰어났다. 사실 처음에 그와의 의사소통 문제를 크게 걱정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선 그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레이 오웬스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가족도 친지도 없이 철저하게 고립된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나.
=삶에 찌들고 과거에 지친 남자다. 전화통화로만 존재하는 가족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을 텐데, 그런저런 것들을 다 없앴다. 그건 감독의 선택이다. 그가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적으로 존중한다. 물론 그의 과거를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는 설정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김지운 감독이 그런 군더더기 없이 함축적으로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또 요즘은 관객이 2시간이 넘거나 그에 육박하는 영화들을 지루해한다. (웃음) 그 시간 안에서 모든 요소들을 균형감있게 끌고 가는 능력도 연출자의 몫이다.

-과거 <코만도>와 <프레데터>에서의 일급 용병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작은 마을의 보안관이라는 설정은 어떻게 다른가.
=용병과 경찰의 차이라기보다 한 마을의 심약한 보안관이라는 설정에 끌렸다. 더군다나 그는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라스트 스탠드>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영화가 <하이 눈>(1952)이었다. 나약한 보안관이 수많은 악당을 물리치는 과정이 무척 극적이다. 게다가 <라스트 스탠드>는 적이 얼마나 강한지, 그 결말이 어떠할지 종잡을 수 없는 구석도 매력적이다. <라스트 스탠드>는 전형적이면서도 또한 그렇지 않은 웨스턴 무비다.

-지금 시점에서 닮고 싶은 배우가 있나. 가령 세월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깊은 주름 같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비교해주는 몇몇 기자와 평론가들이 있었는데, 나로서는 너무 감사한 얘기다. 워낙 서부극을 좋아한 데다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몇번씩 볼 정도다. 나에게 그는 언제나 영웅이었다. <라스트 스탠드> 역시 새로운 스타일의 서부극이라는 점에서 애착이 간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좋아하는 배우인 존 웨인이 텍사스 변방 마을 보안관으로 나온 하워드 혹스의 <리오 브라보>(1959)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존 웨인 외에는 찰스 브론슨도 무척 좋아했다. 그의 찡그린 얼굴이 너무 좋았다. (웃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다. 에어로빅과 유산소, 웨이트 트레이닝 등 예나 지금이나 운동은 내 일상이다. 한국에 와서도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했다. 나는 내가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 새 작품을 위해 오히려 운동 강도를 더 높일 생각이다. (웃음) 그때도 꼭 다시 한국을 찾고 싶다.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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