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클로즈 업] 트레키, 이젠 인정한다
2013-04-02
글 : 이기준
<스타트렉 다크니스> 제작자 브라이언 버크

2009년 J. J. 에이브럼스 감독에 의해 리부트되기 전까지 <스타트렉> 시리즈는 한마디로 “등장인물들이 가만히 서서 주야장천 이야기로만 떠드는 SF”였다. 이제 같은 감독의 두 번째 <스타트렉> 영화가 우리에게 도착했고, 위의 명제는 더더욱 먼 과거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지난 3월20일 CGV왕십리에서 공개된 <스타트렉 다크니스>(이하 <다크니스>)의 28분짜리 푸티지 영상은 후반작업이 채 끝나지 않은 2D 버전이었음에도 숨이 막힐 듯이 웅장했고 긴박감이 넘쳤다. TV드라마 <로스트>를 시작으로 <클로버필드> <슈퍼 에이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J. J. 에이브럼스 감독과 협업한 제작자 브라이언 버크를 만났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과 후편 <다크니스>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리부트라고 할 수 있다. 이 유서 깊은 작품을 재창조하는 데 어떤 원칙을 두고 작업했나.
=물론 긴박감 넘치는 액션과 화려한 스펙터클은 분명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다. 하지만 작품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실감나는 캐릭터들이다. 감독과 나는 이 원칙에 근거해 작업을 시작했다. <스타트렉>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자 나름의 고민을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반인간이나 외계인에게서도 인간적인 면이 엿보인다는 점이 이 시리즈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크니스>는 슈퍼히어로물이나 <트랜스포머>류의 영화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SF영화다.

-기술적으로는 아이맥스와 3D 화면 연출에 역점을 둔 것 같다.
=단순한 후속편을 만들기는 싫었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전편보다 풍성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감독과 나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제작하면서 아이맥스에 매료되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이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3D 역시 기존의 한계를 더 밀어붙였다. 숏바이숏으로 정성을 들였다.

-<스타트렉> 시리즈는 북미에서는 어마어마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원래 이 시리즈의 팬이었나.
=어떤 면에서는 내가 <스타트렉>에 가장 적합한 제작자다. 왜냐하면 난 <스타트렉>의 팬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팬덤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원작을 재해석할 수 있었다. 물론 작업하면서 태도가 많이 달라지긴 했다. 예전에는 트레키(<스타트렉>의 광팬을 일컫는 용어)들을 미치광이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원작자인 진 로덴베리가 천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 작품은 우주나 외계인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미래의 인간과 삶을 예견한, 사이언스 픽션이 아닌 ‘사이언스 팩트’라고 할까.

-여러 작품에서 J. J. 에이브럼스 감독과 협력해왔다. 제작자로서 J. J. 에이브럼스를 평가한다면.
=만족을 모르는 열정적인 감독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스탭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힘을 지녔다. 고함 치고 주먹을 휘두르는 종류의 감독들도 있지만, J. J.는 그런 감독이 아니다. 함께 일하면 참 즐거운 사람이다.

-이번 영화에선 악역으로 분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에 대한 기대도 크다. 작업해보니 어떻던가.
=환상적이었다. 그는 정말 무시무시한 연기자다. 행성연합의 우주 함대 전체를 상대로 혼자서 전쟁을 벌이는 테러리스트를 연기했는데, 바로 다음 순간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다가도 ‘컷’ 소리가 나면 바로 깔깔대며 여기저기 장난을 건다.

-흥미롭게도 J. J. 에이브럼스 감독과 <스타워즈 에피소드7>도 함께 만든다. 두 작품은 SF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많이 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전혀 다른 별개의 두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예 같은 SF 장르의 작품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물론 두 영화 모두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제목에 ‘스타’가 들어간다는 것도 공통점일 수 있겠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스타워즈>를 작업할 때에는 판이하게 다른 접근방식을 취할 계획이다.

-한국영화는 본 적이 있나.
=얼마 전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재밌게 봤다. 박찬욱의 <올드보이>야 누구나 좋아하는 영화이고, 봉준호의 <마더> 역시 흥미로웠다. <설국열차>도 무척 기대된다. 얼마 전에 스크립트를 읽어봤는데 기가 막힐 정도로 훌륭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감독의 작품을 제작하고 싶은가.
=물론이다. 결정하는 데 2초도 안 걸릴 거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한국 감독들에 관심이 많다. 역량있는 한국의 연출가가 우리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면 언제나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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