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 작품을 선보인 <극장판 베르세르크> 3부작은 30여권에 달하는 원작 만화의 분량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황금 시대> 편을 각색한 작품이다. 미들랜드와 튜더의 백년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 떠돌이 용병 가츠는 탁월한 지휘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용병부대 ‘매의 단’의 우두머리 그리피스와 조우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매의 단’에 입단한 가츠는 무수한 수라도를 칼 한 자루로 돌파하며 용병단 최고의 투사로 거듭나고, 가츠의 무예와 그리피스의 지모로 연전연승을 거둔 ‘매의 단’은 미들랜드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가츠는 그리피스와의 우정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꿈을 찾아 ‘매의 단’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권력에 눈이 먼 그리피스는 미들랜드의 공주 샤를로트와 얽힌 암투에 휘말려 결국 극심한 고문을 당한 끝에 폐인이 된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강림> 편에서 좌절된 야욕에 몸부림치던 그리피스는 ‘패왕의 알’을 얻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매의 단’을 제물로 바치고 반신반마의 존재로 부활한다. 그리피스가 악마들을 불러내는 ‘일식’(日蝕) 시퀀스는 병사들의 몸이 벌레처럼 짓이겨지고 흘린 피가 바다를 이루는 지옥도를 2D와 3D가 적절히 배합된 화면으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거기에 <에반게리온> 등에서 음악을 맡은 사기스 시로의 웅장한 선곡이 어우러져 신적인 폭력이 불러일으키는 기묘한 숭고함을 체감케 한다. 아쉬운 것은 국내 미개봉된 1편과 2편에서 구보오카 도시유키 감독이 섬세하게 쌓아올린 드라마를 따라온 관객만이 3편 <강림>의 비극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작화, 연출, 음악, 목소리 연기 모두 훌륭하지만 전작들의 서사를 복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약점 아닌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