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새로운’ 피노키오의 모습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
2013-04-24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어느 날 우연히 말하는 통나무를 발견한 제페토(장광) 할아버지는 이 나무를 정성스럽게 깎아 목각인형 피노키오(조권)를 만든다. 혼자 외롭게 살던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피노키오이지만 할아버지의 바람과 달리 처음 만난 세상이 그저 신기하기만 한 피노키오는 천방지축 동네를 뛰어다니며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다. 동네 말썽꾸러기가 되고도 아직 호기심이 다 채워지지 않은 피노키오 앞에 어느 날 새로운 친구들이 나타나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하다는 ‘당나귀 섬’을 함께 찾아가자는 제안을 하고, 이곳에서부터 또 한번의 피노키오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보고 ‘피노키오’ 하면 떠오르는 (월트 디즈니의) 노란 모자를 쓴 피노키오가 생각났다면, 아마도 다소 밋밋하고 낯설어 보이는 ‘새로운’ 피노키오의 첫인상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피노키오를 꾀는 고양이 기드온(성동일)의 모습이나 요정같이 보이지 않는 파란머리천사의 모습도 사실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피노키오는 1883년에 발표된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을 통해 세상에 처음 소개되었고, 이 애니메이션은 피노키오 탄생 130주년을 기념하여 이탈리아의 유명 애니메이션 연출가 엔조 달로와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삽화가로 잘 알려진 로렌조 마토티가 참여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만약 로렌조 마토티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그 대신 옴니버스영화 <에로스>에서 왕가위가 연출했던 <그녀의 손길>과 스티브 소더버그의 <꿈속의 여인>, 그리고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위험한 관계>를 한편의 영화로 이어주었던 유려하고 몽환적인 화면이 바로 그의 작업이라는 사실을 환기해보는 편이 빠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애니메이션은 피노키오를 비롯한 제페토, 귀뚜라미, 기드온 등 등장인물들은 단조로워 보일 정도로 단순화된 선과 색으로 그려진 반면, 피노키오가 뛰어다니는 마을이나 당나귀섬 등의 배경화면은 매번 한장의 독립된 그림을 보는 듯 인물들과는 다른 풍부한 질감으로 그려져 움직이는 인물들과 신기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특히 피노키오가 자신의 몸이 완성되자마자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장면에서 신비로운 색감의 마을의 모습은 마치 세상을 처음 만난 피노키오의 심정을 그대로 담아낸 듯 무척이나 근사하다. 여기에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노래가 함께 등장하여 극의 진행을 돕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피노키오의 모습으로 만나는 것은 낯설고 동시에 신기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와 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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