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이 있고, 약간의 소동이 있고, 불현듯 마음을 나누다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되는 또 한편의 여행담이다. 촬영 작가 센(무카이 오사무)은 여동생 스즈메(기리타니 미레이)가 사라진 파리의 강변에서 프리랜서 에디터 아오이(나카야마 미호)를 만나게 된다. 함께 길을 찾고 식사를 하며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센의 짧은 여행 기간 동안 아오이의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하는 일이란, 그저 사진 몇장을 찍고, 요리를 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현재의 고민과 과거의 아픔을 도란도란 털어놓는 것 정도다. 여기에 연락이 끊긴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 스즈메의 사연이 교차되면서, 화면에는 나이 차를 두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두 주인공의 모습과 어린 스즈메 커플의 이야기가 차곡히 쌓인다.
<새 구두를 사야 해>는 등장인물 중 누구의 마음도 쉽게 노출시키지 않는다. 반면 이야기는 다소 상투적으로 흘러 이들의 감정이 겉도는 듯 느껴질 때가 있다. 배우들이 줄곧 몸에 안 맞은 옷을 입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지켜보는 태도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비슷한 호흡이 반복되면서 이야기가 지루해지기도 한다. 파리의 햇살을 담은 로맨틱한 정경도 영화의 틈새를 완전히 메우지는 못한다.
이와이 슌지가 제작하고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담당했다. 수줍은 활기를 보여주는 무카이 오사무와 이제는 원숙미가 느껴지는 나카야마 미호의 앙상블이 궁금한 이들에게 <새 구두를 사야 해>는 흥미로운 선물이 될 것이다. 영화 속에 간간이 등장하는 요리장면 또한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