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데뷔작에 불을 지펴라
2013-05-09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전국노래자랑> 이종필 감독

오랫동안 독립영화를 챙겨본 관객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이종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그는 <불을 지펴라>(2007), <달세계여행>(2009), <앙상블>(2012)을 연출한 감독이자 <적의 사과>(2007), <백년해로외전>(2009)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저씨>(2010)에서 태식(원빈)과 마약, 장기밀매 조직을 쫓는 경찰 무리 중 한명인 노 형사를 연기해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다재다능한 그가 5월1일 개봉한 <전국노래자랑>의 메가폰을 잡고 상업영화 데뷔전을 치렀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가수가 되기 위해 <전국노래자랑>의 무대에 오르는 봉남(김인권)과 그를 말리는 아내 미애(류현경)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사연이 펼쳐지는 휴먼드라마다. 개봉일을 하루 앞둔 4월30일, 그를 만나 일단 상업영화 데뷔 소감부터 들었다.

-내일이 개봉이다. 어떤가.
=무덤덤하다.

-강심장인가보다.
=그런 건 아니다. 상업영화 입봉에 대한 설렘은 없다. 진짜다. 영화를 준비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건 책임감이다. 이경규 대표님을 비롯한 스탭, 배우 모두 고생해서 만들었으니 잘됐으면 하는 바람은 가지고 있다. 어떻게 봤나.

-주인공 봉남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전형적으로 풀어낸 코미디영화더라. 큰 사건이 없는 서사인데, 신파로 빠지지 않은 건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전국노래자랑>의 이야기가 셌다면 신파적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대중영화는 만드는 사람의 취향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영화는 감정적으로 센 설정이 없기 때문에 신파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연출하면서 목표로 세웠던 건 80,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의 한국영화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최근의 한국영화를 보면 그때 한국영화가 더 좋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영화의 어떤 점을 좋아하나.
=이명세, 박광수 등 여러 감독님을 비롯한 2000년대 초반의 싸이더스와 명필름의 영화는 어떻게 보면 대중적이고, 또 어떻게 보면 예술적이다. 상업영화인데 컷을 많이 나누지 않는 것처럼 이상한 무언가가 당시 영화에 있었다. 그리고 그때 한국영화는 솔직하게 찍었던 것 같다. 상업영화니까 컷이 많아야 하고, 컷 전환이 빨라야 한다는 선입견이 당시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솔직하게 찍어보고 싶었다.

-영화를 제작한 인앤인픽쳐스 이경규 대표가 전작 <불을 지펴라>를 보고 연출 제의를 했다고.
=이경규 대표님이 그걸 보고 픽업한 건 아니다. <전국노래자랑>의 프로듀서가 김현철, 권지원 두명인데, 그중 한명인 권지원 기획 PD가 <불을 지펴라>를 보고 ‘같이 하자’고 했고, 그러면서 이경규 대표님을 만나게 됐다. 그때 이 대표님도 <불을 지펴라>를 보셨다.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취재한 사연이 방대하다고 들었다.
=정말 많았다. 그 사연들을 로버트 알트먼 영화처럼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나갈 순 없었다. 옴니버스 형식이 외국에서는 가능하겠지만 한국영화는 임팩트가 될 만한 무언가가 들어가야 하니까. 그래서 비빔밥처럼 뒤섞어야겠다고 판단했다. 봉남과 미애 부부를 중심에 놓고 나머지 사연을 주변부에 배치해 한데 섞었다. 사연들이 제각기 다르지만 소소하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취재 과정에서 실제로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하기도 했다. 참가 경험이 시나리오 쓰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얻은 게 하나 있다면 <전국노래자랑>을 우습게 보지 말자. 진지하게 바라보자였다.

-훗날 되돌아보면 데뷔작 <전국노래자랑>은 어떤 작품이 될까.
=개인적으로 엄마를 위한 영화다. 엄마가 (이 영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큰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다. 앞으로 계속 많은 영화를 찍는 게 목표니까. 그리고 영상원 재학 시절, 이론과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수업을 맡으신 선생님의 편지가 많은 응원이 되고 있다.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드러나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그걸 도무지 알 수 없는 감독이 있다는 내용의 장문의 편지였다. <전국노래자랑>은 내가 드러나지 않는 영화이고, 그게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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