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전란의 시대 <전국: 천하영웅의 시대>
2013-05-15
글 : 이기준

<전국: 천하영웅의 시대>(이하 <전국>)는 <손자병법>의 저자로 잘 알려진 병법가 손빈의 생애를 주축으로 멜로드라마적인 요소와 액션을 가미한 전형적인 대중용 팩션이다. 백가쟁명의 춘추전국시대, 한 스승 밑에서 수학한 손빈(쑨홍레이)과 방연(오진우)은 각기 제나라와 위나라의 군대를 이끌게 된다. 피할 수 없게 된 두 친구의 대결에 더불어 제나라의 아리따운 여장수 진석(경첨)과 위왕의 애첩이 된 방연의 누이 완(김희선)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전투 신과 궁중암투가 번갈아가며 제법 빠르게 진행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권의 여러 국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전국>은 2011년 중국 개봉 당시 단 6일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미국 전역에서도 제법 큰 규모로 상영됐지만 영미권 비평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리뷰에는 하나같이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전국>은 중국사를 통달한 사람이 보더라도 따라가기 쉽지 않은 영화다. 금침 감독은 인물들의 갈등과 번민에도, 소기의 드라마를 완수하는 데에도 별 관심이 없다. 이야기의 개연성이 지나치게 부족해 관객의 입장에선 장면과 장면이 느슨하게 연결된 채 차례차례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액션영화로서 제 몫을 해내는 것도 아니다. 무술은 엉성하고 시각효과와 사운드는 허술하다. 촬영팀 전체를 한국 스탭들로 꾸린 김형구 촬영감독의 화면은 좋고 나쁨을 평가하기 어려울 만큼 이상하게 편집되어 있다. 기존의 영화들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여온 쑨홍레이와 오진우도 어그러진 영화를 다잡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특히 손빈의 괴팍함을 표현하기 위한 쑨홍레이의 슬랩스틱 연기는 오히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전국>은 전란의 시대만큼이나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영화다. 궁극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한 대결은 경첨과 김희선의 미모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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