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통제의 신
2013-05-21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미나문방구> 연출부 곽민규

Filmography

<미나문방구>(2013)

현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연출부 막내가 하는 일 중 하나가 ‘의상과 분장’ 일이다(4인을 기준으로 한 연출부에서 조감독은 스케줄 관리와 촬영 진행을, 연출부 세컨드는 배우 관리를, 연출부 서드는 (소품을 포함한) 미술과 세트를 맡는다). 프리 프로덕션 때 영화 속 인물들의 의상과 분장을 신별, 공간별로 정리해 의상팀과 분장팀에 각각 전달한다. 촬영 때 배우가 현장에 도착하면 의상팀이 의상을 입히고 분장팀이 분장을 완료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 혹여 촬영 스케줄이나 순서가 바뀌면 의상팀과 분장팀에 곧바로 수정 사항을 전달해야 한다. 감독과 의상팀, 분장팀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게 연출부 막내의 역할이다.

<미나문방구>가 첫 영화인 연출부 막내 곽민규(27)씨 역시 의상과 분장을 맡았다. 하지만 보통 영화보다 훨씬 많은 아역배우들이 출연하는 까닭에 점검할 분량이 만만치 않았다. 영화의 주요 공간인 문방구 앞 시퀀스는 10명 내외의, 학교 교실과 복도 시퀀스는 무려 30여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정익환 감독의 주문은 “공간이 아이들로 꽉 차 보였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50여회차의 촬영 중 “문방구 시퀀스가 20%를, 교실과 복도 시퀀스가 40%를 차지”한다고 하니 아역배우의 출연 비중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최강희, 봉태규 못지않은 셈이다.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 만큼 아이들의 의상은 “최대한 소박하고, 튀지 않아야 했”다. 아역배우의 부모에게 “현장에 올 때 아이가 입는 옷을 여러 벌 챙겨오라”고 요청한 것도 그래서다. 출연 비중이 큰 아역은 특정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통해 캐릭터를 강조하기도 했다. “극중 태권도 도장 아들인 태권(양한열/10)은 운동복 차림으로 입혔고, 어린 미나(박사랑/11)는 엄마가 부재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예쁜 머리핀을 착용하게 했다.” 캐릭터의 날개를 단 아역배우들은 <미나문방구> 앞에서 신나게 뛰노는 마을 아이들이 되었다.

의상 담당으로 아역배우들과 접촉이 많은 까닭에 현장에서는 아역배우를 통제해야 하는 중책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한창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라 어디 통제가 쉽게 되겠는가. ‘현장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게 동물과 아역배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는 “아이들이 혼자 있을 때는 가만히 있는데, 두세명이 모이게 되면 통제가 어렵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마다 힘이 됐던 건 소영 역의 김고은(12)양이었다. “아역배우 중 가장 나이가 많다보니 다른 친구들을 잘 챙겨서 기특했다.” 아이들을 통솔하는 게 힘에 부칠 때는 “촬영팀과 조명팀의 도움도 받았”다. 영화를 보고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편하게 느껴졌다면 곽민규씨 같은 ‘통제의 신’이 카메라 뒤에서 수고를 해준 덕분일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두달 가까이 촬영”하면서 그는 “맞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아직 다음 영화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나문방구>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한다.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온 만큼 앞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장르나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다. 마침 지금 연출 준비 중인 단편영화가 사극 액션 장르라고 하니 <미나문방구>를 통해 배운 것을 제대로 활용하면 되겠다.

목걸이 볼펜

현장은 바뀌는 게 많은 곳이다. 항상 볼펜을 지참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변동 사항을 다른 스탭에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 곽민규씨는 목걸이 볼펜을 선호한다. “그냥 볼펜은 쓰다가 다른 곳에 두기도 하는데, 목에 매달고 있으면 아무리 정신없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잃어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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