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뭐니뭐니해도 쾌감
2013-06-11
글 : 윤혜지
사진 : 최성열
<은밀하게 위대하게> 액션배우 이재남

Filmography

<관상>(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세계일주>(2012), <점쟁이들>(2012)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2011) 조연출

아무래도 액션배우는 유전자부터가 남다른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벽만 보면 기어오르고 싶은” 충동이란 걸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최근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김수현을 대신한 이재남 액션배우는 벽만 보면 사지가 근질근질하다. 박정률 무술감독이 이끄는 스턴트팀 ‘열혈남아’에 소속된 지 이제 막 일년 반 지난, 파릇파릇한(?) 액션계의 새싹인 그는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했지만 “연기보다 몸 쓰는 일이 더 자신있어” 액션배우가 되는 길을 택했다. 서울액션스쿨을 15기로 수료한 뒤엔 베스트 스턴트팀 김승렬 팀장의 소개로 박정률 무술감독과 연을 맺었다.

액션배우의 하루는 어떻게 짜여질까. 꼭두새벽부터 연습에 매진할 것 같았으나 의외로 일정이 헐렁하다. 일하는 시간은 오후 한시부터 여섯시까지. 액션팀에 일이 들어오면 팀 내에서 사전작업과 배우운동을 진행한다. 가령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원류환(김수현)이 요원을 제압한다’라는 설정이 있으면 그에 필요한 액션을 짜 장면을 완성하는 일이 사전작업이다.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 액션을 배우에게 익히게 하는데 이 과정이 배우운동이다. “한 시간을 열 시간처럼 운동하자는 주의라 웬만하면 칼퇴근”한다는 이재남 배우의 취미는 독서다. 틈틈이 책을 읽는데, 요즘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는 중이란다. 만화책은 액션에 관한 팁을 얻고 상상력을 기를 수 있어서 즐겨 읽는다고 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웹툰 원작을 스토리보드로 쓴 것처럼 드라마 진행이 원작과 흡사하다. 최대한 원작과 비슷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액션배우들은 온갖 고생을 도맡아야 했다. 지붕을 타질 않나, 8층짜리 건물에서 뛰어내리질 않나. 그뿐이랴. 자동차에 부딪히고, 화염 속에서 탈출하는 등 위험한 액션이 넘쳐났다. 이재남 배우는 옥상에서 수없이 구른 탓에 발목을 삐었고, 리해진 역의 이현우를 대신한 액션배우는 자동차 앞 유리에 부딪히는 장면을 찍다가 손바닥 전체에 유리 파편이 박히기도 했다. “높은 데서 뒤로 떨어지는 장면이 있다. 감독님께서 그 장면을 어떻게 찍으실지 모르고 있었는데 2층 높이의 구조물을 설치한 뒤 나를 부르시더니 거꾸로 떨어져보라고 하시더라. 맨몸으로 뛰어도, 보면서 뛰면 안 무서운데 뒤돌아 뛰자니 정말 무서웠다. 공포에, 긴장에, 정확한 위치에 떨어져야 한다는 압박까지 삼중고를 겪었다.”

그를 액션배우로서 살게 하는 힘은 “성취감과 자기만족”이다. “액션을 막 끝내 머리가 멍한 와중에도 누군가가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기라도 하면 ‘내가 그렇게 잘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하다. 후회한 적 없냐고? 가끔 ‘이러다 언젠가 못 걷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웃음)” 얼마 전엔 송강호의 스턴트를 맡았던 <관상> 촬영을 끝냈다. 역시 “사실주의 액션의 대가”답게 박정률 무술감독이 연출한 <관상>의 액션은 무척 리얼했다고 한다. 현재 그는 캐스팅 중인 <빅매치>를 위해 이종격투기와 레슬링 액션을 준비하며 “매일 쥐어터지고 팔이 꺾이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액션계의 새싹’에게 액션배우 말고 다른 꿈은 없을까. “액션배우로 만족하지만 연기를 전공했으니까 언젠가는 액션 아닌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이래 봬도 서정적인 드라마나 멜로영화를 좋아하는데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연기해보면 어떨까? (웃음)”

보호대

데뷔 이후로 언제 어디서나 이재남 액션배우와 함께하는 동료다. 사람이 넘어질 때는 무릎과 팔꿈치만 이용하기 때문에 충격 흡수를 위한 기본 보호대는 필수로 챙겨야 하는 장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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