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천명으로 관람객을 제한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9월22일)을 기획한 김동완 큐레이터의 말이다. 괜한 규정이 아니다. 2008년 도쿄 현대미술관에서 처음 개최했을 때는 하루 1만명이 몰려들어 지브리 스튜디오의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 역시 급히 인원 제한을 뒀을 만큼 인기 전시다. 6월25일 오전 11시, 전시 오픈을 앞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아침부터 전시장 입구에 줄을 선 관람객을 보니 김 큐레이터의 말이 단박에 수긍이 간다.
이번 전시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비롯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지브리 대표 작품 레이아웃 1300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해외로는 한번도 반출된 적이 없는 작품들이다. 구도 설정, 인물 배치 등에 관한 감독의 세세한 작품 설명이 레이아웃에 명시되어 있는 만큼 내부 기밀문서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처음 내부에서 이 전시를 개최하자고 했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가, 지브리가 가진 노하우를 너무 적나라하게 공개한다는 점을 들어 회의적이었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토토로를 쫓는 메이의 발걸음으로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빽빽하게 들어찬 액자가 먼저 보인다. 모든 작품이 연필과 색연필로 채색되어 있는데, 그림들을 따라가다 보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린 레이아웃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전시장은 지브리의 대표작들로 구성된 총 6개의 섹션으로 나뉘는데, 마지막 방에는 한국 전시만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깜짝 공간도 있으니 놓치지 말길. 전시에 맞춰 주최쪽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초청하려 했으나, 워낙 두문불출인 데다 마침 7월 개봉예정인 신작 <가제타치누>의 막판 작업에 온 정신을 뺏기고 있어서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레이아웃을 한장만 훔쳐오고 싶다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이 있다면 특별 제작된 도록으로 마음을 달래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