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일본의 나가사키, 원자폭탄이 터지고 로건(휴 잭맨)은 자신의 재생 능력으로 야시다(사나다 히로유키)를 구한다. 진(팜케 얀센)의 죽음 이후 캐나다에서 방랑생활을 하고 있는 로건에게 유키오(후쿠시마 리라)가 찾아온다. 죽음을 앞둔 야시다가 보답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 로건은 유키오와 야시다를 만난다. 야시다는 불멸의 삶 대신 유한한 삶을 갖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지만 곧 죽는다. 야시다의 주치의로 위장한 돌연변이 바이퍼(스베트라나 코드첸코바)는 로건의 몸이 재생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야시다의 장례식날, 야시다의 손녀 마리코(오카모토 다오)를 납치하려는 테러가 일어나고 로건은 마리코를 도와 함께 도주한다.
울버린은 2000년 <엑스맨>부터 <더 울버린>까지 13년 동안 6편을, 동일한 배우가 연기한 장수 캐릭터이다. 울버린을 떠올리면 으레 엑스맨이 따라붙는 그런 상황에서 울버린을 따로 떼어내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만드는데 그러한 상황은 가장 안정된 요소이지만 어떻게 보면 제일 불안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영화는 답습된 것을 가져오되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 기존 엑스맨의 추동력 중 하나가 초능력, 즉 인간의 한계를 능가하는 어떤 능력에 있었다면 <더 울버린>은 확실히 울버린의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울버린은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죽음을 바라볼 수밖에 없음에 고통스러워하고 죽지 않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회의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던 진에 대한 죄책감과 트라우마는 영화 중간중간 계속 삽입된다. 액션도 <엑스맨>에서의 초능력을 이용해 멀리서 조종하는 그런 느낌보다는 몸과 몸이 직접 부딪히는 현실적인 싸움에 상당 부분을 투자한다. 일본을 배경으로 사무라이의 새로운 액션도 등장한다.
울버린의 고뇌와 캐릭터가 전체 서사를 이끌어가게끔 의도되고 인간으로서의 울버린의 사랑과 죽음, 욕망을 그려내려고 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울버린의 인간적인 갈등과 번민은 지루하게 느껴지고, 마리코와의 또 다른 사랑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울버린을 강조하려고 한 것 같지만 마리코와의 사랑은 굳어 있고 갑작스럽다. 액션은 그 장면에 꼭 필요하다는 느낌보다는 들어가야 할 때에 맞춰서 들어간다는 느낌을 준다. <더 울버린>은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틀에 맞추다 보니 제대로 그것을 펴지 못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욕심만 많은 영화가 되어버렸다. 결국 그것은 할리우드 장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