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목소리가 귀에 착 달라붙죠?
2013-08-06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사진 : 백종헌
<개구쟁이 스머프2> 박선영 더빙감독

Filmography

<터보>(2013), <개구쟁이 스머프2>(2013), <슈퍼배드2>(2013), <가디언즈>(2012), <몬스터 호텔>(2012),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2012), <랭고>(2011), <아더 크리스마스>(2011), <개구쟁이 스머프>(2010), <메가마인드>(2010), <슈퍼배드>(2010),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009), <쿵푸 팬더>(2008).

최근 개봉한 한 영화에서 베테랑 형사가 이런 말을 한다. “아르고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눈이 100개 달린 거인. 눈깔이 100개나 있으니 절대 놓치는 게 없지.” 저 말을 잠시 빌려오면 <개구쟁이 스머프2>의 박선영 더빙감독은 눈 대신 귀가 100개 달린 거인을 꿈꾼다. “방송국마다 성우들의 목소리를 열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사이트가 있어요. 평소에 거기 들어가서 ㄱ부터 ㅎ까지 등록된 분들은 몽땅 다 들어봐두고요. 처음 보는 성우들도 만났을 때 말하는 목소리나 발음이 어떤지 기억해둬요. 어쩌다 노래방 같은 데를 가도 사람들이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감을 체크해두고요. 그러다보면 어떤 캐릭터를 봤을 때 딱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거든요. 그 사람이 1순위죠. 그렇게 막상 캐스팅하고 보면 비주얼 싱크로율도 되게 높아요. 가가멜 역의 박명수씨도 그렇지 않나요. (웃음)”

어느덧 데뷔 10년차가 넘은 그녀의 귀는 귀신도 못 속일 만큼 정확하다. ‘버럭’ 박명수부터 갓 데뷔한 신인까지, 누구도 쉽사리 피해갈 수 없다. “디테일을 많이 파는 스타일이에요. 얼굴이랑 목소리가 안 뜨려면, 표정과 액션까지 살펴야 돼요. 이번 작품은 스머프만 100명에 대사량도 보통의 2배인데 그런 것까지 다 꼼꼼하게 잡아두려니까 잔소리도 많아지고 오래 걸렸죠.” “30년 전 TV에서 방영했던 만화영화도 많이 참고해서 만든” <개구쟁이 스머프2> 역시 그 완벽주의의 산물이다. 박명수의 가가멜부터, 신인 김나율과 정성훈의 벡시와 해커스, 수십년째 스머프 마을의 수호자 역할을 도맡아온 최흘 선생의 파파 스머프까지, 어느 하나 “착 달라붙”지 않는 캐릭터가 없다.

물론 예민한 청력이 그녀의 전 재산은 아니다. 본사 슈퍼바이저의 눈초리를 받으며 대본 수정부터 믹싱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총괄해야 하는 그녀에게는 번역가 수준의 언어 감각과 협상 능력 또한 필수다. “스멉”이란 전천후 신조어 사용 여부의 결정도 일차적으로는 그녀의 몫이었다. “‘오 마이 스멉~’, ‘스멉’하다, 대신 다른 말을 넣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본사와 의논해 결정했는데, 어린이 관객은 언어 습득 속도가 빠르다보니 금방 입에 익히더라고요. 그렇다고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을 그대로 가져오면 욕이 많아서 청소년 관람불가가 나오고요. (웃음)” 그녀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 <랭고>에서 사투리를 이상하게 얼버무려보거나, <몬스터 호텔>에서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의 대사에 간간이 ‘겁나’, ‘헐’, ‘~했다능’과 같은 표현들을 집어넣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절대 놓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면, 하나 주고 하나 받는 방법을 택해요. 너희 지시를 하나 따를 테니 반드시 이건 하나 하게 해다오. 첫 극장용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를 하면서 그런 ‘딜’의 필요성을 알게 됐죠.”

이 전천후 더빙감독의 손길은, <터보> <슈퍼배드2> 등 애니메이션 팬들이 기다리는 하반기 신작들에도 듬뿍 묻어 있다. 그러니 “신인들과 일할 때 그림 그려가는 듯한 느낌을 좋아한다”는 그녀가 새로 발굴해낼 목소리들을 기대해도 좋다. “이번에 해커스 역을 맡은 친구도 원래 굉장히 멋있는 목소리를 갖고 있는데 ‘해커스 눈에서 물 나오는 거 싫어’ 같은 대사할 때 마음이 막 ‘으앙’하잖아요. 그렇게 본인의 목소리를 부수고 새로운 목소리를 끌어낼 때 쾌감이 있어요.” 그 쾌감에 그녀는 달리고 또 달린다.

한글 프로그램이 효자

박선영 더빙감독에게는 ‘한글’만 한 효자 프로그램이 없다. “녹음 시 대본 파일에 바로바로 메모를 업데이트해서 날짜별로 저장해둔다. 노랑은 본사에 확인받을 부분, 주황은 단체 녹음 시 주의할 부분, 빨강은 아예 빠진 부분, 이런 식으로.” 이 형형색색의 메모가 스크린 위에 형형색색의 목소리로 입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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