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 <방독피>
2013-08-21
글 : 김보연 (객원기자)

김곡, 김선 감독의 2010년 작품 <방독피>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네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방독면을 쓴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이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 가운데 자신이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믿는 ‘늑대소녀’ (장리우)는 연쇄살인의 다음 희생자가 되기 위해 지원자들을 모은다. 또한 자체 제작 코스튬을 입고 다니며 슈퍼히어로를 꿈꾸는 보식(박지환)은 마침내 범인으로 의심되는 남자를 만난다. 한편 서울시장 후보 주상근(조영진)은 의문의 살해 협박을 받고 불안에 떨며 선거 결과를 기다린다. 마지막 인물인 주한미군 패트릭은 세상을 떠난 애인 순이가 연쇄살인의 피해자라 믿고 그녀의 생전 흔적을 쫓는다.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이지만 감독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방독피>는 매끈한 장르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인물들의 행동, 비현실적인 사건의 갑작스런 개입, 과감한 시각적 은유, 내러티브를 위해 봉사하지 않는 난해한 대사, 연기라기보다는 퍼포먼스 같은 배우들의 몸짓이 123분 동안 쉬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다. 그러니 장르적 카타르시스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이 영화는 거의 10초에 한번꼴로 다양한 상징들을 꺼내며 의미의 극단적 과잉상태를 만들어낸다.

이때 문제는 난해한 상징들을 나열할수록 오히려 각 장면들이 내포한 의미들이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파편적으로 흩어진 단서들을 그러모아 이 영화가 한국사회의 어떤 점들을 비판하는지 정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때 이 영화는 그저 감독이 만든 수수께끼 모음집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렇게 이 영화의 잘게 부서진 상징들은 제각기 흩어져 하염없이 이야기와 이미지 사이를 떠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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