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오싹함보다는 코믹함 <고스트>
2013-08-21
글 : 이화정

귀신이 보인다. 나에게만 보인다. 스페인영화 <고스트>는 귀신 보는 남자 모디스토(라울 아레발로)의 모험담이다. 초능력 때문에 불편하기만 한 모디스토의 ‘남다른 능력’이 발휘되는 장소는 학교다. 미모의 젊은 교장 티나(알렉산드라 히메네즈)는 연일 출몰하는 귀신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86년 졸업을 앞두고 교내 도서관 화재로 죽은 다섯 학생들은 학교에 상주하며 인간계를 교란시킨다.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때, 신임교사로 부임한 모디스토는 티나의 부탁으로 귀신 학생들과의 화해를 모색한다.

<사랑과 영혼> <오싹한 연애> <헬로우 고스트> 같은 여러 영화와 친족 관계에 있는 영화. 신선함을 앞세우기보다 익숙한 방식의 전개를 택했다. <고스트>의 학교를 제대로 보자면 1980년대 복고에 대한 향수를 불러내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학생 귀신들은 죽음을 맞이한 해, 바로 1986년에 머물러 있다. 모디스토와 일면식을 튼 귀신 학생들 사이에서 핫토픽은 마이클 잭슨의 죽음과 조지 마이클의 커밍아웃 소식이다. 한때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홍콩영화 강시 시리즈에서 학교에 간 강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싹함보다는 코믹함이 앞서는 귀여운 청춘물이다. 이렇다 할 특수효과 하나 없이 판타지물을 만들겠다는 감독의 배짱 역시 나름 즐길 만한 요소다.

청춘이 안고 있는 학업, 사랑 등에 관한 고민도 소박하게 정리된다. 모디스토는 영혼들의 못다 한 한을 풀어주려 고군분투하는데, 해결방식은 그들을 졸업시키는 것이다. 예민한 수험생들을 대하듯 그는 귀신 제자들을 가르치고 독려한다. 그 과정에서 귀신들이 반항아나 문제아, 미혼모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애틋한 사연을 접하고 공감을 나눈다. 자극적이지 않은 코믹한 대사와 상황, 드라마의 빠른 전개, 복고풍의 감성이 한데 잘 어우러진 영화다. 올해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에서 금까마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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