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독점하지 않는 관계 <탱고 위드 미>
2013-08-28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탱고는 자유.” 이 대사에 영화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세상눈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탱고를 통해 조금씩 풀어지다 마침내 자유로워진다. 코미디로 분류되지만 폭소가 터지는 영화는 아니다. 작은 에피소드보다는 전복적 상상력이 코미디 장르의 정체성에 부합된다. 비장한 총격전이 펼쳐지는 오프닝은 큰 의미가 없다. 주인공이 감옥에 갇힌 이유를 알려주는 장면이지만 없어도 무방하다. 영화를 다 본 뒤에 생각하면 이런 전개방식이야말로 코미디라서 나온 발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성적인 교도관 장 크리스토프(프랑수아 다미앙)는 탱고를 배우러 갔다가 자신의 파트너가 된 앨리스(앤느 폴리세비치)에게 첫눈에 반한다. 소심한 장은 당연히 아무 내색도 못하고 그저 아쉬운 마음만 간직할 뿐이다. 며칠 뒤 장은 뜻밖에도 자신이 근무하는 교도소 면회실에서 그녀와 조우한다. 그녀는 한 남자가 아닌 두 남자를 차례로 면회한다. 그리고 둘에게 애정 표현을 한다.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한 여자와 그녀를 바라보는 세 남자의 시선이 어지럽게 교차한다. 가장 혼란을 느끼는 인물은 교도관 장이다.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기도 힘들지만 앨리스와 두 남자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더 어렵다. 게다가 아들과의 관계까지 더해진다. 탱고를 사랑하는 앨리스를 위해 두 재소자가 탱고를 배우기 시작한다. 탱고는 고통, 분노, 우아함, 나약함 등 인간의 모든 감정과 태도를 껴안는다. 배타적으로 한 사람을 독차지하지 않는다면 사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독점하지 않는 관계를 견딜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막상 시도해보면 생각보다 편안하고 수월할지 모른다. 뭐 현실에서 안된다면 영화에서라도 해보자. 그래서 <탱고 위드 미>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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