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얼굴 없는 사람들 아니고요
2013-09-10
글 : 주성철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스파이> 최동헌 무술감독

Filmography

<국제시장>(2014), <스파이>(2013), <댄싱퀸>(2012), <퀵>(2011), <거북이 달린다>(2009),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

고층 호텔의 안과 밖, 그리고 헬리콥터에 이르기까지 <스파이>는 난이도 높은 ‘현대물’ 액션 연출의 첨단을 보여준다. 촬영 도중 감독과 일부 스탭이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서 <스파이>의 중심을 잡았던 핵심인물 중 하나로 최동헌 무술감독을 꼽는 이들도 많다. 철수(설경구)가 13층 높이 건물의 난간에 매달릴 때 설경구 대신 와이어를 차고 매달리기도 했다. “오랜만에 높이 매달려보니까 다리가 후들거리더라. (웃음) 그래도 여전히 뭔가 해냈을 때, 배우나 스탭들이 내지르는 환호만큼 뿌듯한 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맛에 부딪히고 떨어지고 몸에 불을 지른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일산에 자리한 ‘트리플A’(All About Action)를 찾았다. <왕의 남자>(2005) 직전 설립된 트리플A는 성룡 무술팀 ‘성가반’에서 맹활약한 이인섭이 <러시아워3>(2007)를 끝내고 돌아와 오세영 무술감독과 함께 공동대표로 꾸린 팀이다. 지금은 ‘프로젝트A 필름’이라는 이름의 영화사를 겸하고 있다. 오래전 신재명 무술감독 밑에서 기량을 갈고닦던 그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공백을 가진 뒤, 오세영 무술감독의 부름을 받고 <왕의 남자>부터 쭉 이곳에서 고락을 함께해왔다. 스턴트가 뭔지도 모르던 그에게 ‘현장’의 현실을 알게 해준 신재명, 그리고 지금의 오세영 모두 존경해 마지않는 ‘멘토’들이다. 그에게는 “두분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어 성장하는 것”이 평생의 목표다.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으로 맨 처음 ‘무술감독’ 크레딧을 달았고, 실질적으로는 카 스턴트의 난이도가 높았던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를 진정한 입봉작이라 여긴다.

‘스턴트’의 개념도 모르던 고교 시절 무작정 ‘액션 배우’를 꿈꾸며, 탤런트로 유명한 고 남성훈 원장이 운영하던 연기학원 겸 기획사에 들어갔다. 물론 대부분이 보조출연 개념의 단역 정도였지만 TV드라마 <영웅신화>에서는 장동건의 짝꿍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약속>(1998)에서 병원을 지키고 있던 조폭 역할도 기억에 남는다.

좋아하는 액션 배우로 TV시리즈 <레니게이드>의 로렌조 라마스, <레이븐>의 제프리 미크 같은 해외 배우들의 명단도 포함돼 있어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주된 장기는 동양적 격투보다는 카 스턴트를 비롯해 물량과 로케이션이 집중되는 현대물에 쏠린다. 그런 점에서 그의 대표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번잡한 명동 거리와 강변북로를 질주했던 <퀵>(2011)이다. 오토바이 공중질주 장면에서 기수(이민기) 뒤에 앉은 아롬(강예원)의 마네킹이 헛도는 게 못마땅해서 실제 오프로드 오토바이 챔피언을 불러 완성하기도 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무술감독으로서 액션 장면은 무조건 완벽하게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퀵>에서 보여준 헌신적인 모습 덕분인지 현재는 역시 JK필름의 <국제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김성훈 감독의 <무덤까지 간다>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끝으로 스턴트맨을 꿈꾸는 후배들을 향해 건네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물었다. “스턴트맨은 결코 얼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현장에 있는 배우와 스탭 모두 지켜보고 있다. 결국 그 ‘열정’은 어디에서나 통하게 돼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또한 그 ‘초심’을 잊지 않고자 한다. 그렇게 정두홍, 신재명, 오세영 등 대선배들에 ‘필적’할 만한 무술감독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도 역시 진행 중이다.

<이연걸의 보디가드>

스턴트맨으로서 성룡도 물론 좋아하지만 1978년생인 그는 <용행천하>(1989), <이연걸의 보디가드>(1994) 등 이른바 ‘이연걸 세대’다. 특히 <이연걸의 보디가드>는 “종려시에게 반해서 비디오를 복사해 마르고 닳도록 돌려본” 영화다. 중국 우슈 챔피언인 이연걸의 동작은 간결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는 아직 트리플A 체육관의 한쪽 구석을 가득 채운 고전 무기들에 도전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시아의 무술감독이 꿈꾸는 간절한 그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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