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어때요~ 참 쉽죠?”
2013-09-24
글 : 김정원 (자유기고가)
OOO을 영화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따라 해봤더니…

영화는 인생의 교과서가 될 수 있습니다. ‘김정원의 피카추’를 기고하는 3X살의 싱글 김정원씨는 영화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폭탄주입니다. 폭탄주 제조기술로 회식자리의 스타로 거듭나려 했던 그는 그 밖에 ‘엄마의 맛’, ‘명절’, ‘결혼’, ‘고스톱’, ‘고양이’, ‘패싸움’ 등을 영화에서 보고 배우며 직접 따라 해봤습니다. 그러나 영화라는 교과서는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패의 쓴맛을 먼저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식객: 김치전쟁>

고향의 맛, 다시다

‘엄마의 맛’을 영화로 배웠습니다

고향이 전주라고 하면 사람들은 내가 집에서 12첩반상 한정식을 받는 줄 안다. 좋겠다, 어머니가 솜씨있어서, 라면서. 하지만 전라도 엄마라고 전부 솜씨가 좋다면 제주도 엄마는 전부 전복 따겠지. 나는 집에 가면 배달 치킨과 배달 족발과 배달 자장면을 먹는다. 그걸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한국 식당도 없는 외국에서 1년 넘게 살다 돌아와 처음 먹은 음식이 자장면과 탕수육이었다. 바로 이거야, 그리웠다, 고향의 맛.

전라도 김치가 나오는 <식객: 김치전쟁>을 보면서 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엄마의 맛을 영화로 배웠다. 성찬이 담근 전라도 건들김치란 도대체 무엇일까, 엄마가 만들어준 비빔국수의 맛은 김치가 좌우한다는데 왜 우리 엄마 비빔국수에는 오이만 들어가는 걸까, 그나마 귀찮다고 오이조차 없을 때도 많았지.

<식객>의 원작자 허영만은 “우리는 모두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을 최초의 맛으로 기억합니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기어이 태생지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우리에게는 최초의 맛을 찾아 헤매는 습성이 있습니다”라고 썼다. 다행히 나는 엄마의 맛을 찾기 위해 거친 물살을 헤치고 나아갈 필요가 없다. 그냥 아무 가게에나 가면 우리 엄마의 맛이 있다. 그건 바로 고향의 맛, 다시다.

<위험한 상견례>에는 광어 살을 발라서 쌀하고 곱게 갈아 푹 끓인 다음 톳을 넣어 다시 한소끔 끓이는 광어톳죽이 나온다. 엄마가 정성으로 끓인 광어톳죽, 서울 사람은 못 먹는다는 전라도의 맛이라는데…. 그러니까 결국 영화는 판타지인 것이다.

그래서 따라 해봤더니_ 슈퍼에 물어봐
나는 <식객: 김치전쟁>의 성찬(진구)을 키운 전라도 김치를 먹고 산다. 엄마가 보내주는 반찬 중에 맛있는 건 김치밖에 없다. 그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려고 전화했더니 엄마는 말했다. “그거 집 앞 슈퍼에다 주문한 건데?” 여러분, 전주에선 파는 김치도 맛있습니다.

<고령화가족>

어쨌든 일치단결

‘명절 분위기’를 영화로 경험했습니다

전 부치는 기름 냄새에 배불러본 적이 있는가, 아니 없다. 친가와 사이가 소원했던 탓에 외갓집만 다녔던 나는 명절 음식 장만에 혹사당한다는 여자의 운명을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다. 나에게 명절 음식이란 완제품의 형태로 외갓집 채반 위에 얹혀 있던 것, 그래서 슈퍼에서 파는 전과 송편을 보면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그런 나에게 명절이란 설이나 추석이 아니라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였다. <초원의 집> 시리즈를 TV로 보고 책으로 읽으면서 자란 나는 명절이면 하얀 눈 위에 단풍나무 꿀을 뿌려 굳혀 사탕을 만들고, 아빠가 잡아온 칠면조와 함께 고구마를 굽고, 바람 넣은 돼지 오줌보를 공처럼 차고 놀겠지, 믿었다(돼지 오줌보 차기는 나중에 해봤는데, 그거 실물로 볼 것이 못 된다).

마침내 환상에서 깨어나 우리 집엔 ‘그런’ 명절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명절이 없는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추수감사절에 미국에서 일어난 이야기 <댄 인 러브>를 보면서 향수에 잠겼으니, 조기교육의 힘이란 무섭다. 대가족이 로드 아일랜드의 목가적인 저택에 모여 칠면조도 굽고 게임도 하고, 동생의 여자랑 바람도 나고… 아니, 이건 아니고. 하지만 내가 결국 가지고 싶었던 명절이란 <고령화가족> 같은 게 아니었을까. 못난 식구들이 모여 우걱우걱 삼겹살을 쑤셔넣다가 누군가가 우리 식구를 건드린다 싶으면 순식간에 일치단결하여 다구리를 놓는… 아니, 이건 아니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 집은 엄마가 귀찮아해서 삼겹살도 식당에서만 먹었다. 식사는 냉면이 아니라 곰탕 한 그릇씩, 우리 집도 육식으로 일치단결하기는 했구나.

그래서 따라 해봤더니_ 슈퍼 아줌마 보고 싶어요
전라도에서 태어나 전라도 남자와 결혼하여 전라도에서 살고 있는 엄마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엄마, 이번 추석엔 우리도 전 좀 부칠까?” 하지만 엄마는 말했지, “집 앞 슈퍼에다 주문할 건데?” 집 앞 슈퍼 아주머니의 얼굴이 보고 싶다.

<부당거래>

샤워주 제조는 어려워

‘폭탄주’를 영화로 배웠습니다

폭탄주는 진화한다. 법조계와 더불어 폭탄주의 얼리어답터인 언론계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 시절엔 다행히 폭탄주의 종류가 많지 않았다. 온더락스잔에 맥주를 붓고 스트레이트잔에 따른 위스키 뇌관을 심은 다음 화장지로 덮어 돌리는 회오리주가 전부였는데,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다며 항상 욕을 먹었다. 아무리 힘껏 던져도 천장으로 승천하지 못하고 벽에만 가서 붙곤 했던 나의 슬픈 이무기 화장지여. 그래서 나는 때마침 개봉한 <두사부일체>를 두번 보며 공부했다, 술잔을 돌리는 손목의 스냅과 화장지를 던지는 힘의 작용점을.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수많은 폭탄주를 배웠다. 막걸리에 위스키를 심는 민속 폭탄주, 사치스럽게도 레드와인과 위스키를 섞는 유러피언 폭탄주, 맥주잔 사이사이 위스키 스트레이트잔을 올리고 한꺼번에 넘어뜨려 대량 제조하는 도미노주, 그마저 번거롭다며 맥주 피처에 정량의 위스키를 부은 다음 사이 좋게 나눠 마시는 원타임주…. 그렇게 산전수전 겪다가 폭탄주의 신세계를 발견했으니 <부당거래>의 강 국장(천호진)이 만든 샤워주였다.

부하 경찰과의 대화를 앞에 두고 강 국장은 맥주병을 마구 흔들더니 거품을 뿜어내며 잔을 채운다. 오옷! 나도 해보고 싶어! 저것만 배우면 회식 가서 노래 부르고 춤추지 않아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게다가 강 국장의 샤워주는 소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경찰이 박봉이라고는 하지만 월급 박하기로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나는 샤샤샥, 거품이 만들어내는 상쾌한 소리를 들으며 결심했다. 앞으로는 샤워주만 만들겠다고.

그래서 따라 해봤더니_ 손가락이 문제야
남성적인 음주 문화가 지배하는 한국에서 여자가 사회생활하기란 역시 힘든 일이었다. 손가락이 작아서 맥주병 입구를 막을 수가 없잖아, 흑흑. 그래도 열심히 흔들어봤지만 맥주가 넘쳐서 방바닥이 내 술을 다 마셨다.

<써니>

대걸레의 추억

‘패싸움’을 영화로 다시 배웠습니다

<써니>는 원래 <칠공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영화였다고 한다. 나는 한번도 직접 본 적이 없지만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어느 학교에 칠공주가 있어 머리카락 사이에 면도날을 꽂고 껌을 씹을 때면 유리 조각을 함께 씹어 뱉는다는 전설이 떠돌곤 했다(나중에 <코피>라는 흑인영화를 봤더니 역시 머리카락 사이에 끼운 면도날을 무기로 활용하는 것이 인류의 보편성을 확인하는 듯하여 왠지 감동받았다).

그런 영화이니 <써니>는 패싸움의 교과서가 되어야 마땅했다. 동네에서 알아주는 험한 여중을 다닌 탓에 교실에서 종종 난투극을 목격하곤 했던 나는 영화에서 여자아이들이 싸울 때마다 머리채를 먼저 휘어잡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써니>, 제대론데?

라이벌 조직과 맞닥뜨린 써니 패거리가 일제히 치고 나가는 순간, 아이들은 팔을 뻗어 머리채를 잡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들어 복부를 가격하는 것이었다. 그래, 급소를 쳐야지, 머리채만 잡으면 팔다리가 자유롭다고! 그리고 이어지는 박력있는 패싸움을 지켜보며 나는 아련한 추억에 잠겼다. 싸움이 시작되면 상대에게 먼저 의자를 집어던져 타격을 입히고 창틀로 뛰어올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던 어린 날의 추억에. <싸움의 기술>의 판수는 말했다. “네 안에 가득 찬 것, 두려움! 그걸 부숴야 해.” 그 시절, 함께 싸웠기에 우리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 따라 해봤더니_ 건드리지 마
따라 한 건 아니고 패싸움도 아니지만, 20년도 넘게 지난 옛날에 내가 먼저 해봤다. 청소 시간에 수돗가로 걸레를 빨러 갔는데 해묵은 원한이 있었던지 누군가가 성질을 건드렸다. 마침 내가 빨러 갔던 걸레는 대걸레. 물 받으러 왔던 상대는 양동이를 휘두르며 반격했지만 그건 대걸레 자루에 맞아 저 멀리 날아갔고…. 더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한국에도 신부 들러리가 필요해

‘결혼’을 영화로 배우고 진짜 해볼까 했습니다

30대 미혼여성 넷이 모였다. 그중 하나는 부끄럽게도 결혼정보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현재 상황으로는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직원 할인이 된다면 우리도 거기 등록할래, 졸랐더니 그녀가 말했다. “우리 나이엔 초혼하고 재혼 중에 골라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30대 미혼여성은 너그러웠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계속 졸랐더니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래, 할 거면 빨리 해. 내후년엔 애는 몇명까지 괜찮은지도 골라야 하니까.” 세상이 왜 이래.

가까운 여자 친구들은 몽땅 미혼이어서 결혼을 어떻게 하는 건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스드메’라는 단어는 인터넷으로 배웠고, 예단비라는 게 있다는 건 지난해에 알았다. 그런 점에서 여자들이 결혼식 준비하는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날이 오기는 할 건지도 모르겠지만, 친구나 나의 결혼식에 대처하기 위한 훌륭한 교본이었다.

그런데 약혼식은 생략한다 치더라도 친척들과 친해지기, 신부 파티, 드레스 고르기, 식장 잡기…. 그걸 보며 나는 절대 이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저렇게 귀찮은 걸 다 참았는데, 이혼하면 아깝잖아. 그보다는 그 옛날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스 신부의 남자 친척 이름은 전부 니콜라스여서 따로 외울 필요도 없고, 상견례 파티에선 필름이 끊길 때까지 독한 술을 주는 아름다운 웨딩. 하지만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신부 들러리 드레스는 탐났다. 친구한테 결혼하라고 조를까, 맞다, 한국엔 신부 들러리가 없지.

그래서 따라 해봤더니_ 돌싱도 괜찮아?
나도 결혼해볼까, 엄마에게 틈을 보였더니 당장 맞선 상대를 구해왔다. 나하고 동갑인 대기업 연구원이라는데, 뭔가 미심쩍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 나이까지 결혼도 못하고 뭐 했대?” “… 사실 한번….” “왜 헤어졌는데?” “… 아침을 안 해줘서.” 엄마가 나한테 왜 이래.

<썸머워즈>

나랑 훌라 칠 사람~

‘고스톱’을 영화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딱 한번 고스톱을 쳐봤다. … 한국 사람 맞다. 한창 시간이 많았던 어린 시절에 불행하게도 포커 영화가 유행하는 바람에 교실에서 고스톱 대신 포커를 치고 노느라 그렇게 됐다. <지존무상> <정전자> <도신>…. 그 영화들을 함께 봤던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되어 고스톱 치는 인간으로 진화했겠지만, 나는 홀로 뒤에 남아 대학과 직장 MT의 왕따가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고스톱이 나오는 장면에선 웃을 수도 긴장할 수도 없었다. 뭘 알아야 함께 울고 웃을 텐데. <타짜>를 만나 난생처음 고스톱에 집중해봤지만 화투는 그림도 너무 많고 은어도 너무 많은 데다 너무 작은 화투짝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친절한 영화 한편을 만났으니 애니메이션 <썸머워즈>였다.

<썸머워즈>는 위험에 처한 세계를 구하기 위해 20명이 넘는 대가족이 대동단결하여 AI와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인데, 그 대결이 바로 고스톱이다. 집안의 정신적 지주였던 할머니는 자손들이 어릴 적부터 고스톱 기술을 단련시켰던 것이다. 전세계 모든 아바타가 모여 고! 고!를 외치며 찬란한 화투짝 한장에 세계의 운명을 거는 호쾌한 영화. 이 영화가 좋았던 건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림 아래 자막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청단! 홍단! 멧돼지! 사쿠라! 나는 기나긴 왕따 인생 처음으로 화투패의 그림과 이름을 일치시키며 희열에 몸을 떨었다. 이제는 다가오는 추석이 두렵지 않다.

그래서 따라 해봤더니_ 이걸 어떻게 외워!
먼저 그림을 외우기 시작했다. 흑싸리, 홍싸리, 공산명월, 난초…. 그리고 그림에 해당되는 숫자를 배우는 단계에서 곧바로 혼란에 빠졌다. 그래, 나는 친구가 가르쳐주는 종족 이름 외우다가 머리가 아파서 <스타크래프트>를 포기하고 왕따를 택한 인간이었지. 나와 함께 훌라를 쳐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으리라 믿으며 그냥 담요를 접었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외로울 땐 고양이

‘고양이에 대한 환상’을 영화로 배웠습니다

외로울 때는 역시 고양이야, 라고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의 고양이 대여업자 사요코는 말했다. 정말, 정말? 나의 얇은 귀가 파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침내 마음을 정하고 메일을 보냈다. 동네 사람이 이사하면서 버리고 갔다는 두살짜리 고양이의 입양처를 찾는 사람에게 내가 바로 그 고양이의 인연이라고 주장하는 메일이었다.

문제는 단 하나였다. 3X년을 살면서 나는 고양이를 만져보기는커녕 옆에서 본 적도 없었다는 것(사실은 개도 서른이 넘어서야 만지기 시작했다). 단 한 가지 문제의 무게가 참으로 거대하기도 하지, 고양이와의 첫날밤, 나는 고양이가 침대에 올라올까 무서워 떨면서 밤을 새웠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검은 고양이처럼 사람보다 믿음직한 고양이를 원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환상은 있어서 사요코가 빌려주는 고양이들처럼 내 발냄새도 좋다고 신발에 뺨을 비빈다든가, 새로 붙여준 이름을 알아듣고 은신처에서 기어나온다든가, 하는 걸 바랐던 것도 같다. 고양이답게 늘씬하고 우아한 건 기본이라고 믿었다.

하나 모두 한바탕 꿈이었지. 내 고양이 쿠키는 과자라고 불러도 빵야라고 불러도, 제 이름이라며 꼬리를 세우고 달려온다. 이상하게 다리가 짧아진다 싶더니 집에 온 지 한달 만에 배가 너무 나와 물개의 형상이 되었다. 내 발냄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방금 응아하고 나온 엉덩이를 내 뺨에 비빌 줄은 몰랐다. 사요코는 사기꾼, 미워. 하지만 그 사기에도 단 한 가지 진실은 있었으니, 외로울 때는 역시 고양이다.

그래서 따라 해봤더니_ 사기 치지 마
버르장머리 없는 스코티시 폴드를 키우는 지인이 고양이를 빌려갔다. 목적은 둘째를 입양하기 위한 사회성 함양. 순하고 착하다며 내 고양이를 빌리고 일주일이 지나 지인은 말했다. “우리 애가 이렇게 순한 줄 몰랐어요.” 남의 집에 가더니 돌변한 쿠키는 크고 뚱뚱한 덩치로 그 집 고양이를 제압하고 고칼로리 사료까지 뺏어먹었다고 했다. 쿠키는 사기꾼, 미워.

<못말리는 결혼>

가장 무서운 시댁 알레르기

‘시집살이’를 영화로 배우기 싫습니다

유서 깊은 맥두걸 가문의 맥두걸 여사는 겉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는 우아한 할머니다. 하지만 아들의 결혼생활까지 관리하려고 들다가 아들과 며느리의 은밀한 장면을 목격하고 마는 천생 시어머니이기도 하다. … 조상이 한국 사람인가?

샬롯의 시어머니 맥두걸 여사가 나오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 고부 갈등은 국제결혼으로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저 전세계 며느리들의 공통된 숙명일 뿐. 그래도 시집살이, 하면 한국이다. 오죽하면 한국영화 <올가미>가 복사판인 할리우드영화 <블러드 라인>보다 1년 먼저 나왔겠는가. 충무로가 할리우드의 아이디어를 앞지르다니, 역시 한국의 시집살이는 국격에 손색이 없다.

김수미가 장모로 나왔다 시어머니로 나왔다 해서 사람들이 자주 <위험한 상견례>와 헷갈리는 <못말리는 결혼>에선 시집살이의 나름 귀여운 버전을 만날 수 있다. 며느리란 무조건 깔아뭉개는 것, 내 인생의 깔개 같은 존재, 여기에 한발 지그시 올려놓는 시누이까지. 하지만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에서 입던 옷을 재활용한 것 같은 스타일과 엉터리 불어 앞에 며느리는 어쩌면 무장해제될 수도 있겠다.

그나마 김수미 어머니에겐 진심이라도 통한다. 결혼과는 영영 멀어진 인생이 울적해질 때면 나는 다음 ‘미즈넷’이나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본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거든.

그래서 따라 해봤더니_ 사실 따라하기 싫어요
이건 그냥 영화로만 알고 싶다, 안 따라할 거야. 그래도 실제는 어떤가 싶어 결혼한 친구가 많은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파프리카를 접시에 담아왔다. 결혼한 친구가 택배상자 포장도 안 뜯고 버리고 간 거라고 했다. 이렇게 맛있는 파프리카를! 알레르기라도 있는 건가! 친구는 말했다. “걔 시아버지 육촌동생이 키운 거래.” 아, 시댁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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