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욕망하고 집착하는 인간의 본성 <짓>
2013-09-25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대학생인 연미(서은아)는 학비를 벌기 위해 술집에 나간다. 연미의 학과 교수인 주희(김희정)는 남편 동혁(서태화)과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나가지만 아이가 아직 없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휴직 중인 동혁은 룸살롱에서 연미를 만나고, 이후 연미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다. 주희는 연미가 밤늦게 동혁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우연히 보게 되고 그녀가 자신의 제자인 연미임을 알게 된다. 주희는 변호사를 찾아가지만 변호사는 간통죄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희는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연미에게 논문 쓰는 것을 도와달라며 방학 동안 자신의 집에서 머무를 것을 제안한다. 의붓오빠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통장까지 빼앗긴 연미는 주희 집으로 들어간다. 집에서 마주친 동혁과 주희는 당황해 하지만 그들은 곧 익숙해지고 그들의 관계를 지속해나간다. 주희는 CCTV를 달지만 증거 잡기가 쉽지는 않다.

영화는 중반까지 큰 목소리 안 내고 차분히 그들의 관계를 따라가며 카메라에 담아낸다. 이후 동혁이 CCTV를 발견하고 연미가 변하기 시작하면서 극적 구성은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집에서 나가야 할 상황에 처한 연미는 동혁과 집에 집착하게 되고 주희에게 갖가지 테러를 감행하고 주희를 없앨 계획을 세운다. 주희도 동혁과 연미의 정사를 눈앞에서 본 뒤 그들을 없애기로 마음먹는다. 영화는 두 여자의 캐릭터를 지적이고 이성적인 교수와 몸을 파는 술집 여자라는 극도로 대비된 캐릭터로 설정하지만, 어느 순간 내재된 욕망이 표출되면서 그들의 행동은 같은 양상을 띠게 된다. 차분히 그들의 관계를 담아내던 영화는 그 관계에서 욕망하고 집착하는 인간의 본성을 끌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본성을 알지 못하고,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맺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관계를 통해 아이러니한 우리 현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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