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시간을 돌려드립니다
2013-10-01
글 : 정예찬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우리 선희>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김진영 스틸 작가

Filmography

<남자가 사랑할 때>(2013), <몬스터>(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우리 선희>(2013), <마이 라띠마>(2012), <분노의 윤리학>(2012),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 <음치 클리닉>(2012), <이웃사람>(2012), <아부의 왕>(2012), <다른나라에서>(2011), <북촌방향>(2011), <헤드>(2010), <위험한 상견례>(2010), <심장이 뛴다>(2010), <돌이킬 수 없는>(2010), <부산>(2009), <이태원 살인사건>(2009), <짝패>(2006)

영화 촬영 현장에는 영화 카메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 사진을 찍는 스틸 카메라와 메이킹을 촬영하는 비디오 카메라까지 있는 것이 보통이다. 영화는 동영상, 다시 말해 ‘24프레임의 미학’임에 반해 사진은 ‘한순간의 미학’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틸은 그냥 영화 중에 한 프레임을 쏙 빼내오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데, 기록 자체의 목적과 방식이 다르고 잔상이나 해상도 등의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어 쉽게 사용할 수는 없다.” 김진영 스틸 작가는 스틸 촬영의 특징에 대해 콕 집어 설명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진, 전단지 등에 올라가는 사진까지 모두 스틸작가의 작품”인 만큼 스틸의 활용도는 굉장히 높다.

김 작가는 “영화 포스터를 찍고 싶어” 사진을 전공으로 삼았다. “사진이라는 매체의 주기 자체가 짧고 빠르잖나. 찍고, 보고, 좋다 싫다 판단을 내리고, 그대로 저장하거나 혹은 바로 지워버리거나.” 피드백이 빠르다는 점이 그의 성격과 잘 맞았다고 한다. “영화는 찍는 데 수개월, 다시 편집하고 다듬는 데 수개월 걸려 나중에야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속으로는 졸업 뒤 영화쪽으로 가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김형구, 이모개 촬영 감독처럼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촬영감독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프레임의 미학을 먼저 배우고 영화로 가볼까 했는데 결국 사진만 하고 있다. (웃음)”

엔딩 크레딧에 ‘현장 사진’으로 이름을 올리는 엄연한 스탭이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이런저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스틸 작가들의 현실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찬밥 신세인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은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김 작가뿐만 아니라 모든 스틸 작가들은 전문성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카메라 셔터 소리 때문에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찍지 못했다고 해서 재촬영을 요청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항상 빠르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찍어내기 위한 훈련과 장비들이 필요하다.” 또한 “할리우드는 포스터 사진의 70, 80%를 스틸 사진에서 건진다. 그만큼 스틸 작가들이 대우를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적어도 티저 포스터와 캐릭터 포스터는 스틸에서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 부지런히 촬영에 임한다.

그는 <북촌방향>(2011)의 스틸을 맡게 된 뒤로 홍상수 감독의 모든 영화에 참여하고 있다. “너무 간절히 하고 싶어” 홍보사를 통해 촬영을 자원했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에서 스틸 작가는 사진만 찍으면 된다. 인물이 나오지 않을 땐 쉬기도 한다. 하지만 홍 감독의 영화 현장에서는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슬레이트도 치고 조명도 설치”한단다. 대부분의 장면을 “네모 각지게 찍는” 홍 감독의 현장에서는 김 작가의 재량으로 “다양한 앵글을 시도해볼 수 있어서 더 흥미롭다”고 전한다.

“이번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작업은 어느 현장보다 힘들었으나 결과물이 잘 나와 큰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좋은 현장을 겪고 나면 남은 여운들을 “앨범으로 정리해서 배우와 감독에게 선물한다”. 이번엔 화이(여진구)와 다섯 아빠들 것까지 모두 만들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명언을 좌우명 삼아 “시간이 흘러 그 앨범을 보며 그때를 추억하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한다. 우리도 그들이 남긴 한장의 사진으로 영화에 대한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시나리오와 콘티

그의 시나리오북을 펼쳐보면 메모와 밑줄과 체크 표시들이 가득하다. “시나리오를 열심히 보면 그 안에서 메인 컷과 포스터 컷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업 초반에는 잘 몰라서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엉뚱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인물에게 캐릭터가 부여되는 장면들이 하나씩은 꼭 있는데 그 장면만큼은 꼭 ‘찍어내야’ 한다.” 결국은 시나리오. 시나리오 말고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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