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진짜 영웅은 ‘아버지’다 <히어로>
2013-10-09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주연(오정세)은 일찍 결혼해서 아들 규완(정윤석)을 낳았지만, 아내 세영(황인영)이 떠나면서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 그런데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아들 규완은 지금 백혈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 중이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주연. 하지만 아들 규완이 원하는 것은 종방된 방송프로그램 <썬더맨>을 다시 보는 것이란다. 마치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썬더맨은 규완의 마지막 삶의 희망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연은 썬더맨이 되기로 결심한다. 마스크를 쓰고 와이어를 타고, 아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하지만 그 길이 생각보다 험난하다. 미국에서 돌아온 전부인 세영이 아들의 양육권을 주장하고 나선 데다, 과거 썬더맨 촬영팀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범죄현장이 들켜 감옥으로 수감되었던 영탁(박철민)이 썬더맨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나타난 것이다. 아름다운 제주도를 배경으로, 썬더맨이 된 규완의 좌충우돌 활약상은 그렇게 시작된다.

영화 <히어로>의 진짜 영웅은 ‘아버지’다. 영화에서 환상의 섬 제주는 평범하다 못해 불쌍하게까지 보이는 아버지 규완에게 판타지의 힘을 부여해주는 장소로 등장한다. 이 가상의 에너지는 아버지 역을 연기한 오정세의 현실적 연기톤과 어우러져 가슴 따스한 결말을 이끌어간다. 감독은 캐릭터들 각각의 모티브는 그리스 신화에서 따왔다고 말한다. 하늘의 신 제우스를 변형한 ‘썬더맨’의 이미지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서 시작된 ‘세이든’의 캐릭터를 비롯해 지하의 신 하데스의 이름을 빌린 ‘히데스’의 역할까지 모든 캐릭터들이 아이들의 교육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딱 여기에서 영화는 멈춘다. 썬더맨의 시각화가 우뢰매나 벡터맨 등의 어린이용 영웅 캐릭터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데다, 신화적 모티브의 차용 역시 <퍼시 잭슨> 시리즈의 아류에서 머무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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