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무장혁명단체에 몸담았던 고다(쓰마부키 사토시)는 친구인 기타가와(아사노 다다노부)와 함께 은행에서 240억엔어치의 금괴를 훔치려 한다. 완벽한 성공을 위해 행동파 하루키와 컴퓨터 담당 노다, 은행 내부를 잘 아는 사이토, 마지막으로 폭발물을 다룰 수 있는 북한 스파이 출신 조려환(최강창민)을 합류시킨다. 그러나 순조로울 것 같던 계획은 멤버들의 숨겨진 과거로 인해 차질을 빚는다. 북한 스파이, 공안, 무장혁명단체, 야쿠자, 그리고 과거의 기억이 한꺼번에 이들을 좇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와중에 행동의 날은 가까워져 오고, 이들은 마침내 은행으로 향한다.
<황금을 안고 튀어라>는 유쾌한 강탈극이 아니며 프로페셔널들의 치밀한 작전이 돋보이는 영화도 아니다.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주인공들은 항상 우울하거나 제정신이 아니며, 도둑으로서의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도 않다. 이들은 뚜렷한 목표 없이 단지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맹목적으로 눈앞의 금괴를 손에 넣으려 하고 그 결과 차례로 비참하게 망가져간다. 영화가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현실의 공기를 침울하게 그리는 것도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영화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장르적 활력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려낸 이들의 슬픈 과거와 희망 없는 오늘의 풍경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기억은 이들의 발목을 잡고, 발목이 잡힌 인물은 그 절망감 때문에 자해에 가까운 몸짓을 보인다. 이들이 과거에 이렇게까지 얽매이는 이유는 영화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이 자기가 서 있는 땅에 별 미련이 없다는 것 하나는 쉽게 알 수 있다. 황금을 훔치는 작전과 인물들의 사연이 따로 논다는 점은 큰 아쉬움을 남기지만 인물들의 멍한 표정과 슬픈 눈빛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생각거리를 남긴다. 제목은 ‘황금을 안고 튀어라’인데 왜 정작 이들에게는 그럴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