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두문자맨’이라는 욕쟁이 캐릭터로 한류스타로 급부상한 마준규(정경호)는 일본 활동 중 아이돌 여가수와의 애정행각이 파파라치에게 들통나면서 열애, 임신설 등으로 구설에 올라 급히 귀국 비행기를 탄다. 열성팬, 타 항공사 회장과 깐깐한 여비서, 닭살 신혼부부, 채식을 강요하는 스님, 수상한 양복맨까지, 동승한 퍼스트 클래스의 승객들은 안 그래도 심란한 마준규의 심사를 더욱 어지럽힌다. 기류 난조 때문에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비행기와 더불어 마준규의 정신세계도 오락가락하면서 고단한, 그러나 코믹한 상황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롤러코스터>는 로맨틱코미디부터 정통 액션누아르까지 폭넓은 연기 활동을 보여줬던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이다. 토크쇼를 통해 말장난 개그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과 집착을 보여왔던 그의 유머 코드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비행기 안의 승무원과 승객의 좌충우돌 코미디를 그린다는 점에서 야구치 시노부의 <해피 플라이트>를 떠올리게 한다. 야구치 시노부의 영화가 어떻게든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직업 윤리에 충실하려고 애쓰는 승무원들의 착한 코미디를 지향했다면 하정우의 작품은 승무원이나 승객이나 모두 ‘직업 윤리? 그건 개나 줘버려?’를 외치는 사악한 코미디를 향해 달려간다. 기장과 승무원들은 기내 곳곳에서 흡연과 음주를 서슴지 않고 한류스타는 팬서비스보다는 승무원과의 작업에 더 관심이 많으며 승려는 불경 대신 시스타의 <나 혼자>에 맞추어 불경을 두드린다.
‘왜 비행기에서는 샤워를 하면 안되지? 왜 비행기에서는 이렇게 안되는 것이 많을까?’라는 아주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다는 영화는 출발점만큼이나 도착지점도 단순하고 명쾌하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 없듯 인간은 웬만해서는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촬영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대본 리딩에 투자해 연기의 합을 철저히 맞춘 덕에 코미디의 기본이 되는 배우들의 차진 연기 궁합이 베이스로 깔려 있다. 한정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점, 다소 과장되었지만 안정적인 연기 앙상블로 인해 연극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풍기기도 한다. 장르의 창조적 변형이나 완전히 새로운 발상 등을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작품이지만 한 시간 반 동안의 가벼운 비행을 기대한다면 하정우식 항공 서비스에 만족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