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의 시사회가 지난 10월7일 저녁 CGV용산에서 열렸다. <화이>는 범죄집단의 다섯 아빠들에게 길러진 주인공 화이가 그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이며, 장준환 감독이 <지구를 지켜라!>(2003)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영화다. 장준환 감독은 영화 상영 이후에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해 <화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진행을 맡은 이화정 기자는 “여러분이 10년 전에는 미성년자였기에 대부분 장 감독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다른 감독들이 SF장르에 손댈 생각조차 못하게 만든 장본인”라는 말로 감독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어 “<지구를 지켜라!>와 <화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그동안 충무로에서 ‘쎈’ 시나리오로 유명했던 <화이>의 연출을 맡는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고 말하며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장 감독은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빨리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르적으로도 강렬했다. 나만의 방식으로 두께와 너비와 깊이를 더하면 내가 하고 싶었던 영화와 닮아갈 수 있겠다고 판단되어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상을 더 멋있게 살아가려면 우리 안에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을 해결해야 한다. 누구나 다 괴물 한 마리씩은 마음속에 기르고 있지 않을까? 괴물을 외면하지 말고 맞닥뜨려야 한다.” 장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밝힌 주제다. “마음속의 괴물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면 그 괴물은 점점 자라 우리를 삼켜버릴 것이다. 이러한 괴물들이 창궐했을 때 전쟁이 발발하거나 나치 같은 집단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순수함과 악마성이 공존하는 신비스러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꼭 그 나이대의 소년이 연기해야만 했다. 깨질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강인한 이중적인 느낌을 여진구군이 잘 표현해주었다”며 캐스팅에 대한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
<화이>는 누아르의 장르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다. 한 관객이 “많은 장면에서 다른 영화들이 떠오른다. 장르의 답습이라는 평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걱정을 표하자 장 감독은 “다른 영화의 이미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맞다. 전작에서 모든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길 원했던 부분들이 관객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아 이번엔 익숙한 재료를 가지고 익숙한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묵은지처럼 깊은 맛, 감기는 맛이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는 말로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그저 강렬하고 자극적인 영화로만 비쳐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괴물 같은 영화가 되지 않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도 덧붙였다. 이화정 기자는 “다음 작품은 부디 빨리 만들어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전하며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관객과의 대화가 끝난 뒤에는 <지구를 지켜라!>의 상영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