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선>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프로젝트의 열 번째 작품으로,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감독들의 ‘어떤 시선’들을 담아낸 옴니버스영화다. 지난 10월21일 저녁 CGV대학로 무비꼴라쥬관에서 열린 <어떤 시선>의 시네마톡에서는 네명의 감독과 관객이 만나 서로의 시선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관객과 만났다. 진행을 맡은 이화정 기자는 먼저 남동철 프로그래머에게 이 영화를 초청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남 프로그래머는 “인권영화라는 것이 보통 계몽영화가 되기 쉬운데 이 세편의 단편은 동시에 영화 자체로서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가르치려 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인권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부담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며 긴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감독들에게 각각 어떤 계기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는지를 물으며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두한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철웅, 두 친구의 이야기. 박 감독은 “중학생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는 사실을 밝히며 실제로도 이름이 두한이었던 그 친구에게 못다 한 말을 영화로 하고 싶어 편지 쓰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고백의 말을 꺼냈다. “그 친구가 이 영화를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연락이 닿게 되기를 바란다.”
신아가, 이상철 감독이 공동 연출한 <봉구는 배달중>은 실버택배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할아버지의 로드무비다. 신 감독은 “그동안 시선 프로젝트에 노년 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인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중에 가장 “남일 같지 않은 일자리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감독은 “관객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전작(<밍크코트>)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은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이야기로 세 작품 중 가장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다. 민 감독은 “다음 해에 감옥을 가게 될 병역거부자와 함께 지금은 운영되지 않는 영등포 교도소를 둘러봤다. 옆에서 한숨만 내쉬는 그 친구의 고통이 몸으로 느껴졌다”고 말하며 대화를 풀어나갔다. “처음엔 비종교적인 평화주의적 병역거부자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나 나 스스로도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인공의 설정을 바꿨다”고 전했다.
감독들은 각기 다른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으나 세편의 영화는 모두 선입견이라는 시선을 다루고 있었다. 이화정 기자는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들어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감독들의 의중을 한데 모은 평을 내놓았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 많은 토론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네마톡을 마무리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