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세편의 단편소설, 세개의 에피소드 <소설, 영화와 만나다>
2013-11-20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영화는 소설과 자주 만난다.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일은 빈번하지만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좀 특별하다. 옴니버스영화인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모두 김영하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세편의 단편소설은 각기 다른 감독에 의해 세개의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다. 세 가지 이야기는 일탈, 살인, 사랑 등 다루고 있는 내용이나 시각적 스타일이 다 다르다. 한 작가의 작품을 세 가지 빛깔로 빚어낸 셈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비상구>는 출구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우현(온주완)과 종식이 겪고 있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다. 할 일없이 빈둥대다 돈이 떨어지면 취객의 지갑을 훔치는 우현과 종식은 비행청년들이다. 성적 탐닉이나 일탈 행위로 잠시 위안을 찾지만 이들은 항상 쫓기며 살고 있다. 더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에는 그들이 안주할 공간이 없다. 두 번째 <The Body>는 흑백영화로 미스터리한 정황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크리스마스에 신혼부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의문의 남자가 초인종을 누르고 부부는 반갑게 맞이한다. 부부와 남자는 거실 바닥에 놓인 여고생의 시신을 바라보며 심각하게 대화를 나눈다. 관객은 이들의 대화에서 청부 연쇄살인을 상상하게 되는데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된다. <The Body>의 시작은 스릴러지만 반전이 마련되어 있다. 마지막 <번개와 춤을>은 죄책감 때문에 강박증에 시달리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미정(김서형)은 시계 소리만 들으면 요의를 느끼는 질환을 앓고 있는데 병원을 찾아가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 그녀의 증상은 차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부터 생긴 것이다. 미정은 이 증상 때문에 오랫동안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적극적인 치료를 결심한다. <소설, 영화를 만나다>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숏!숏!숏! 프로젝트’에 상영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진 세개의 에피소드의 원작은 김영하 단편소설 <비상구> <마지막 손님> <피뢰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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