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34년간 8명의 대통령을 수행하다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2013-11-27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어머니가 백인 주인에게 능욕당하고 이를 보고도 제대로 반발조차 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잃은 세실 게인즈(포레스트 휘태커)는 아들의 만행을 지켜보던 백인 노부인(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시혜로 ‘하우스 니거’가 된다. 집 안에서 서빙을 하면서 백인들의 예의범절을 익혔던 그는 호텔에서 일하며 백인을 위한 웃는 얼굴과 자신의 진정한 얼굴, 두개의 얼굴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흑인을 사람 취급조차 안 하는 백인들에게도 성심성의껏 봉사하는 그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본 백악관의 인사담당자가 그를 백악관에 취직시킨다. 이후 그는 34년간 8명의 대통령을 성실히 수행하며 기득권자들이 흑인의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증진시켰는지 목도하게 된다. 하지만 세실은 자신 덕분에 안정적인 가정환경과 교육을 받은 장남 루이스(데이비드 오예로워)의 급진적인 인권 투쟁을 못마땅해 하고 그의 아내 글로리아(오프라 윈프리)는 반목하는 부자 사이에서 마음 아파한다.

이 영화는 한 인물을 관통하는 미국 근현대사와 유명 인사들과의 우연한 조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는 점에서 <포레스트 검프>을 연상케 한다. 다만 검프는 자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연애 문제를 제외하면 꾸준히 행복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세실에게는 피부색이 장애보다 더 큰 질곡으로 작용했고 고통을 감내하며 살았다는 차이가 있다. 바로 그런, 같은 시공간에 있었지만 전혀 다른 세계와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인종간의 차이가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바일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나 시각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출연진이다. 오랫동안 이끌어왔던 토크쇼를 내려놓고 연기자로 돌아온 오프라 윈프리는 말할 것도 없고 로빈 윌리엄스, 존 쿠색, 제인 폰다, 머라이어 캐리, 레니 크라비츠 등 흑백을 초월한 유명 인사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유명 배우들이 해석한 미국의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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