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처드 용재 오닐과 아이들의 이야기 <안녕?! 오케스트라>
2013-11-27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기 위해 모였다. 아이들은 부모 중 한명이 외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나이도 성별도 성격도 다르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그들의 선생님으로 참여했다. 일반에겐 유명한 비올리스트인 그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생긴 건 한국 사람 같은데 영어를 쓰는 조금 이상한 선생님일 뿐이다. 그러나 리처드 용재 오닐의 연주를 듣고 난 뒤 아이들의 태도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를 좀더 따르게 됐음은 물론이고 음악에도 열의를 보이기 시작한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각자 악기를 배정받고 겨우 더듬거리며 연주하게 된 아이들에게 악기를 손에 잡은 지 3개월 만에 오케스트라 무대에 서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떨리는 첫 무대, 아이들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MBC에서 방영된 동명의 방송 다큐멘터리를 재구성한 영화다. 제3의 입장에서 상황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던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이 없다는 것이 방송 다큐멘터리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대신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이야기와 아이들의 이야기가 맞닿는 부분을 찾고 이를 교차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덕분에 이 영화는 그 자체로 리처드 용재 오닐과 아이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됐다. 관객이 처음에 이 영화를 선택할 때는 리처드 용재 오닐이라는 이름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는 아이들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철하 감독은 뮤직비디오, 음악영화 등 음악 관련 영상작업과 인연이 깊은 감독이다. 그는 소리를 어떻게 활용하고 강조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듯하다. 이 영화에서 아이들의 음악보다 아름다운 것은 음악이 시작되기 전후로 흐르는 짧은 침묵과 거기에서 느껴지는 떨림이다. 여기에서 아이들이 연주를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가가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처음으로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된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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