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내핍의 전쟁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강인한 생의 의지 <오싱>
2013-12-04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가난하고 자식 많은 집에 태어난 오싱은 7살 어린 나이로 외지에 식모살이 간다. 일년치 쌀값에 팔려간 오싱은 가족에게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품고 추운 겨울 맨발로 밥 짓고 청소하며 씩씩하게 살아보지만, 억울하게 도둑 누명을 쓰게 되자 도망치다 눈밭에 쓰러져버린다. 탈영병에게 구조받은 오싱은 숲속 움막에서 읽고 쓰는 법을 배우며 잠시 평온한 시간을 보내지만 가혹한 운명은 그녀를 또다시 모진 세상으로 밀어넣는다.

식모살이하는 어린아이의 곤경을 다룬 최루성 신파영화 <오싱>이 돌아왔다. 가도가도 끝없는 설원이 깔린 야마가타현의 시린 겨울은 오싱이 겪게 되는 가혹한 운명의 상징이 된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실화 소설 <오싱>은 1983~84년 일본 <NHK>의 연속 TV소설로 방영되어 평균 시청률 52.6%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으며 동남아, 아랍권, 남미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끼쳤다. 한국에서도 원작 소설은 물론 아역 배우였던 똑순이 김민희를 주연으로 한 각색영화 <오싱>(1985)이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오싱의 일대기 중 7살 식모살이 시절에 초점을 맞추어 야무지게 살아가는 오싱(하마다 고코네)과 가족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지 않는 엄마(우에토 아야)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 시대적 배경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친 20세기 초 일본이다. 영화는 내핍의 전쟁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강인한 생의 의지를 주제화하며 오싱 모녀가 겪는 수난을 통해 신파적 몰입을 이끌어낸다. 1980년대의 <오싱>이 일본 고도성장기에 돌아본 가난하고 소박한 시대에 대한 향수였다면, 2000년대의 <오싱>은 경제 불황기에 보이는 퇴행적 충동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중/장년층에게는 복고적 향수를 일으킬 만하지만 일본 특유의 정서가 강한 신파적 이야기에 젊은 관객층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주연을 맡은 아역 배우 하마다 고코네의 앙증맞고 뚝심 있는 연기와 야마가타현의 아름답고 잔혹한 설원이 영화의 주된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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