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하는 ‘안녕?! 오케스트라’의 음악 선생님이 되어 나타났다. 군기 잡는 호랑이 선생님은 가라. 어떻게 된 게 아이들보다 더 낯을 가리고 아이들의 장난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 ‘집중해’라는 말 대신, 조용히 다잡는 비올라 연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선생님.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를 ‘천사’라고 말한다. ‘안녕?!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3월 결성된 어린이 오케스트라단이다. 지난해 9월부터 총 4회에 걸쳐 이들의 이야기가 동명의 TV다큐멘터리로 방영된 바 있으며, 이를 재구성해 편집한 내용이 다큐멘터리영화로 탄생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에게서 ‘안녕?! 오케스트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어봤다.
-TV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1년여가 지났다. 아이들의 근황은.
=아이들 대부분이 다큐멘터리 방영 뒤에도 잘 지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가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스스로도 뿌듯했다.
-아이들과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었나.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해서 진지한 태도를 갖췄으면 했다.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는 그들에게 친구와 가족을 돌보는 방법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갔음에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아이들과 친밀해진 것 같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내가 한국말이 서툴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일종의 과제였다.
-그러다가 연습장소를 벗어나 야외 활동이나 스포츠를 함께 즐기게 되었는데.
=그때, 아이들과 나 사이에 존재했던 어떤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재미있고 친근한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고 스스로도 매우 즐거웠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순간 중 특별했던 기억은 언제인가.
=지난해에 했던 첫 번째 콘서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나는 아이들과 함께 지휘자로 무대에 섰다. 나 역시 지휘자로 무대에 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우리 모두의 처음이었다.
-당신은 아이들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고 위로해주다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얘기를 꺼내놓으며 눈물을 흘린다.
=아이들이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내가 눈물을 참았던 건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싶었다. 카메라 앞에서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린 것은 그 주제가 나의 정서적인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도 눈물을 일부러 감추거나 하진 않았다. 아이들에게 ‘울 이유가 있다면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곧 자신을 인간답게 만들어가는 것이란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부담보다 즐거운 마음이 크다.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 음악이 내 삶에 함께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값지고 즐거운 일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음악적인 실력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지만 그보다는 그들과 항상 웃고 즐기려고 애썼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날 행복하게 한다.
-처음에 참여한 아이들 중 20명이 남고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오는 등 변화가 있다고 들었다.
=<안녕?! 오케스트라>가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나는 오케스트라가 계속 성장하고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우리는 계속 아이들을 지원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아이들이 새롭게 들어오면서 관악기 파트가 추가되었는데 이것이 정말 흥미롭다. 새롭게 단원이 된 친구들을 더 잘 알고 싶고 앞으로 더 많은 콘서트를 함께 준비하고 싶다.
-준비 중인 콘서트에 대해서 살짝 귀띔해달라.
=콘서트가 크리스마스 즈음에 열릴 예정이다. 그런 만큼 좀더 신나고 축제 분위기가 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