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붐> 감독 클로드 피노토 / 출연 소피 마르소, 클로드 브라소, 브리짓 포시, 데니즈 그레이
<써니> 감독 강형철 / 출연 유호정, 심은경, 강소라, 고수희, 김민영, 홍진희, 박진주, 이연경, 남보라, 김보미, 민효린
“14살인데 왜 안 되죠?” <라붐>의 빅은 파티에 못 가게 하는 부모를 향해 거세게 항변한다. 막 이성에 눈뜨고, 부모의 도움 없이도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나이. 14살의 소녀에게 14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야말로 삶의 완성을 이루는 나이다. 빅의 입장에서 보자면 파티 참석도, 밤 늦은 데이트도 모두 부모가 이해해줘야 할 이유 있는 요구지만, 부모의 입장에선 부질없고 하릴없는 ‘반항’일 뿐이다. <라붐>에서 빅이 겪는 부모와의 갈등은 소녀의 성장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다. 엄밀히 말해 빅이 짝사랑하는 소년 ‘매튜’는 빅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 의미에서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 영화의 결정적 장면은 마지막 파티 장면이다.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연인 매튜의 품에 안긴 채 춤을 추던 빅은,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뉴페이스(이제까지 매튜가 가장 잘생겼다고 여겼던 관객의 눈마저 환기를 해주는 업그레이드된 훈남)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매튜는 그러니까 빅의 성장에서 그저 지나가는 남자였을 뿐이다. 물론 문을 열고 들어온 뉴페이스도 빅의 성장에 있어 그저 그런 단역으로만 남지 않았을까.
80년대 학창 시절을 공유했던 칠공주들의 활약을 그린 <써니>는 실제 80년대 청춘멜로드라마의 열풍을 이끈 <라붐>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연한 시대극이다. <라붐>의 ‘헤드폰 장면’을 재치있게 활용하기도 한다. <써니>는 현재에서 되돌아보는 과거라는 구조 때문에 <라붐>이 보여준 ‘성장기’의 개념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벌교에서 온 나미(심은경) 역시 이 시기, 빅 못지않은 짝사랑으로 매일 밤 가슴을 태우는 사춘기를 보낸다. 이 경우에도 핵심은 훈남 오빠와의 연애 성공담이 아니다. 비록 첫사랑에 실패했지만, 나미는 이후에도 친구들과 학창 시절을 공유했고 성장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강남의 사모님이 되기까지, 그녀의 연애사는 이후로도 쭉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반복됐으리라. 성장기는 말 그대로 변화무쌍한 인생사의 서막일 뿐이다.
<유 콜 잇 러브> 감독 클로드 피노토 / 출연 소피 마르소, 뱅상 랭동, 엘리자베스 비탈리
<라붐>(1980)을 통해 소피 마르소를 발굴한 클로드 피노토 감독이 또다시 소피 마르소와 손잡고 만든 멜로영화. 스키장에서 만나 한눈에 반한 팝음악 작곡가이자 교수 에드아루두와 제자 발렌타인(소피 마르소)의 사랑을 그린 작품. 캐롤라인 크루거가 부른 주제가 <You Call It Love>가 영화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리즈너스> 감독 드니 빌뇌브 / 출연 휴 잭맨, 제이크 질렌홀, 비올라 데이비스, 마리아 벨로
<그을린 사랑>으로 주목받은 캐나다 감독 드니 빌뇌브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한가한 일요일, 평화로운 마을의 어떤 부부의 딸이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물. <테이큰> 같은 장르적 쾌감을 쫓기보다는 <조디악> 같은 차갑고 냉정한 시선의 미스터리물에 가깝다. 아이를 잃은 아빠로 분한 휴 잭맨과 형사 제이크 질렌홀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 감독 정재은 / 출연 유걸
<말하는 건축가>를 연출한 정재은 감독의 두 번째 건축다큐멘터리. 2012년 완공된 서울시 신청사. 계획, 설계, 시공까지 7년에 거쳐 완공되기까지,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던 서울시 신청사 건립을 둘러싼 속사정을 파헤친다. 한국 공공건축의 현실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흥미롭게 진행된다. 시울시 신청사 완공까지 7년, 그 숨겨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