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부모가 된다는 것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12-18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11월에 시작된 영화는 이듬해 8월에 끝난다. 11월,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면접장에 노노미야 부부와 여섯살짜리 아들 케이타(니노미야 게이타)가 보인다. 이들은 면접관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한다. 아빠(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아이가 엄마(오노 마치코)를 닮아 성격이 유순하다고 말하면서 승부욕이 없는 걸 단점으로 지목한다. 아이는 아빠와 캠핑장에 가서 연을 날렸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만 들어보면 매우 화목하고 반듯한 집안이다. 그러나 이들의 말은 진실이 아니다. 중산층의 모범적인 가정인 것은 맞지만, 너무 바쁜 아빠는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없으며 아들의 성격에 대해 사실은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내용을 함축한 도입부다. 이후 진행되는 모든 이야기를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다. 노노미야 부부는 아이를 출산한 병원으로부터 아이가 바뀌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게 된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도 가끔 발생하는 일이고 영화에서도 여러 번 다룬 소재다.

아이가 바뀌었다면, 이런 가정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일들이 영화에서도 벌어진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문제를 신파적인 감정의 문제로 처리하거나 법정드라마로 변형시키지 않았다. 대신 그는 부모가 된다는 것, 특히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래서 영화의 제목도 이렇게 정해졌다. 낳은 정과 기른 정에 대한 논란은 아주 오래된 기원을 갖는다. 대기업에 다니는 노노미야와 전기상회를 하는 사이키(릴리 프랭키)는 정반대의 아버지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노노미야는 완벽주의자답게 아들 케이타가 하루만 피아노 연습을 걸러도 엄하게 꾸짖는다. 세 자녀를 둔 사이키는 낡은 전기상회를 운영하지만 본업은 아버지라고 할 만큼 아이들과 놀아주는 데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케이타가 지어낸 캠핑 이야기가 사이키 집에서는 일상적인 모습이다. 사이키는 아이들과 목욕을 하고 장난감을 고쳐주고 강가에서 연을 날린다. 면접장에서 케이타는 자신도 모르게 유전적으로 각인된 사이키의 모습을 떠올린 것일 수 있다. 노노미야의 생물학적 친아들 류세이는 아빠를 닮아 머리가 좋고 집요한 성격을 타고났지만 길러준 아버지 사이키의 말버릇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한다. 이 영화는 인간의 유전적인 영향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환경적인 요소 역시 무시하지 않는다. 두 가지 요소를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되, 영화가 강조하는 점은 부모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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