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는 어떻게 단 하룻밤 만에 전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할 수 있을까. 산타에게 소원 한번쯤 빌어봤다면 애니메이션 <세이빙 산타>가 던지는 이 질문이 꽤 흥미로울 것 같다. 주인공은 산타에게 인정받는 위대한 발명가를 꿈꾸는 북극 마을의 요정 버나드. 하는 일마다 덤벙대고 실수 연발이지만 이번만큼은 자신 있다.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기계 장치가 바로 그의 회심작. 버나드의 재능을 알아본 산타는 그에게 시간여행, 곧 타임머신이 썰매의 비밀임을 알려준다. 한편 ‘날아다녀’ 택배회사의 심술궂은 후계자 네빌은 썰매의 비밀을 알아내 세상에서 가장 빠른 택배회사가 되어 회장님인 엄마의 인정을 받고 싶다. 그런 네빌 무리가 산타를 납치하면서 버나드의 산타 구출 대모험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버나드가 택한 방법은 역시 시간여행이다. 과거로 돌아가 산타와 사람들에게 악당의 침입을 알리겠다는 것인데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원인의 원인을 찾다보니 과거의 과거로 계속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심지어 자신의 발명품인 추억 장치가 오작동해 북극 마을이 악당들에게 발각되자 버나드는 그만 포기하고 싶어진다. 계속되는 시간여행에 보는 이도 지루해질 때쯤, 문제 해결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건 의외로 버나드의 발명품들이다. 추억 장치로 네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의 엄마에겐 ‘기억 지우개’를 사용한다. 쓸모없어 보이던 발명품 덕에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이어진다니. 모험담의 결말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소 산만한 시간여행의 고비들을 잘 넘기는 게 관건. 국내 개봉 때는 마틴 프리먼의 목소리 대신 그룹 엑소의 수호가 버나드 목소리를 맡았다. 그를 돕는 씩씩한 샤이니에는 에이핑크의 정은지, 네빌에는 개그맨 신동엽의 목소리가 덧입혀졌다. 뮤지컬 형식의 노래들도 중간중간 삽입돼 듣는 재미가 색다르다. 크리스마스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무리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