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헤니가 ‘힘 뺀’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다소 망가지긴 했으나 그가 쌓아올린 멋진 이미지를 해치진 않을 정도다. 한국 팬들에겐 그의 연기 변신을 보는 것이 이 작품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동양계 미국인 샘(대니얼 헤니)은 뉴욕의 법률회사에 근무 중인 전도유망한 변호사다. 그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름에도 불구하고 단지 혈통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상하이에 발령받는다. 상하이에 체류 중인 미국인 마커스는 은둔형 천재 발명가 유바이양과 투명휴대폰의 매매계약서를 체결하는 문제를 샘에게 의뢰한다. 자신만만하던 샘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샘이 변호인으로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작품의 큰 줄기지만, 실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주 전문가’ 아만다(엘리자 쿠프)는 그가 아파트를 마련할 때 도움을 준 사람으로, 그녀는 4년 전 상하이로 온 미국인이자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미국에 사는 중국인 샘과 중국에 사는 미국인 아만다. 상황이 뒤바뀐 듯 닮은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미국과 중국을 잇는 도시로서의 상하이를 그려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상하이를 단편적으로 건드리는 데 그친다.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만화적인’ 연기 톤과 장면 구성에 기대고 있다. 로맨스가 무르익는 과정이라든지 협상 과정이 서서히 전개되기보다는 종종 급작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영화가 가진 개성이지만, 이러한 설정 자체가 클리셰에 가까워서 이것이 영화의 개성을 보장하는 데까지 나아가진 못한다.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크리스마스 즈음에 어울릴 로맨틱 코미디를 찾는다면 무난한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