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새로운 관점의 스파이 영화 <클린스킨>
2014-01-01
글 : 정예찬 (객원기자)

영국 정보국 소속 요원 이완(숀 빈)은 테러로 아내를 잃은 테러범들을 잡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가 비밀 작전 중 테러범들에게 빼앗긴 고성능 폭탄은 런던 시내에서 벌어진 자살폭탄테러에 사용된다. 이 사건으로 동료까지 잃고 직위해제를 당하지만 부국장 샬롯(샬롯 램플링)은 그에게 또 다른 비밀임무를 맡긴다. 한편 아랍계 출신의 촉망받는 법학도 애쉬라프(아빈 게일야)는 유학 중 테러 조직의 지도자를 만나 그의 권유로 테러에 관여하게 된다. 지도자의 계속되는 무리한 요구에 압박감을 느끼던 그는 결국 스스로 자살폭탄테러의 실행자가 되기로 결단하고 마지막 남은 폭탄을 자신의 몸에 설치한다.

<클린스킨>은 화끈한 액션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드라마 장르에 더 가깝다. 테러를 제대로 시행하지도, 완벽하게 막아내지도 못하는 지지부진한 설정을 가지고 있으나 연출과 더불어 제작과 각본, 그리고 편집까지 맡은 감독이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는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주인공의 관점을 균등하게 담고 있다. 정보국 요원은 테러범이라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자비하게 처단을 내리는 냉혈한으로, 반면 테러범은 암살 대상자의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번뇌하는 사람으로 묘사하며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모호하게 표현했다. 이를 통해 테러범들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보다는 그들을 테러범으로 몰게 한 정치적 세력들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전과 기록이 없어 수사망에 잡히지 않는 배후 세력을 뜻하는 영국 속어 ‘클린스킨’이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관점의 스파이영화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테러리즘에 대한 분노의 해소나 액션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시켜주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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