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월가 늑대의 향락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2014-01-08
글 : 이주현

부자가 되는 게 꿈인 22살의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꿈을 실현코자 뉴욕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인다. “고객의 돈을 내 주머니로” 끌어들이는 비법은 코카인과 마스터베이션에 있다고 말하는 괴짜들이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사기치는 곳. 조던에게 월스트리트의 첫인상은 그랬다. 첫 직장에 몸담은 지 1년 만에 블랙먼데이(1987년 10월19일, 월스트리트에서 주가가 대폭락한 날)를 경험하고 실직자가 된 조던은 그러나 현란한 언변을 무기로 금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린다. 어릴 적 친구들을 불러모아 스트래튼 오크몬트사를 세운 그는 수수료가 비싼 페니 스톡(투기적 저가주)을 팔아 돈을 긁어모은다. 주가 조작으로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가 된 뒤엔 술과 마약, 여자를 탐하는 날들을 반복한다. 그사이 FBI는 ‘월가의 늑대’의 구린 뒤를 캐기 시작한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1990년대 월스트리트에서 떼돈을 번 주식중개인 조던 벨포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조던 벨포트의 인생에서 그가 향락에 빠져 지냈던 한 시기에 집중한다. ‘월가 늑대의 향락기’라는 부제를 붙여도 좋을 만큼 영화는 마약과 여자와 돈에 중독된 조던 벨포트의 기행을 열심히 쫓는다. 으레 ‘마틴 스코시즈니까’라는 생각으로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희대의 사기극이나 화이트칼라 범죄물을 기대했다가는 세게 뒤통수 얻어맞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거장의 ‘19금 저질 코미디’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편 대사도 많고 상영시간도 긴 이 영화가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들의 공도 크다. 스코시즈와 다섯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해 조나 힐, 매튜 매커너헤이 등 배우들의 앙상블이 이 영화를 완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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