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김성균] All around player
2014-01-13
글 : 이화정
사진 : 오계옥
<응답하라 1994> <용의자> 김성균

따지고보면 김성균의 매 순간이 ‘발견’이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 단발머리 건달로 존재감을 알린 이후, 김성균의 선택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실질적인 주역이자 액션 블록버스터 <용의자>로 또 한번 주목을 받은 그는 2014년엔 <군도: 민란의 시대>를 들고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잘생기지 않았어도, 주연배우가 아니더라도, 늘 기대 이상의 좋은 연기를 선사하는 배우라면 이 지면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커버스타 김성균을 만날 가장 적기다.

아무리 그래도 스무살 대학생은 너무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지난 2년 동안 조직폭력배, 살인마 등과 같은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김성균이다. 한데, 꽉 채운 단추와 단정한 머리를 한 <응사>의 새침한 청년으로의 변신이라니. 이건 뭔가 확실히 잘못됐다 싶었다. 그러나 <응사> 단 1회 방영만으로 김성균은 그 모든 우려를 잠재웠다. 1994년 신촌의 하숙집은 삼천포의 서울 상경 수난기로 문을 열었고, 치솟는 인기를 반영한 듯 제작진은 삼천포의 키스 장면 연출을 위해 배 한척과 헬리캠을 띄웠다. 뜨거웠던 21회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쓰레기(정우)도, 칠봉이(유연석)도, 나정이(고아라)도 아닌 삼천포의 몫이었다. 지난해 7월 촬영을 시작해 5개월 동안 살을 붙여 만들어낸 김성균의 삼천포는 <응사>를 고만고만한 청춘 멜로 이상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회를 거듭하면서 어떤 장면, 행동, 표정에서 시청자가 웃고 감동받는지 하나하나 느껴졌다. 대학생처럼 보이기만 하는 게 목표였지 러블리하다, 귀엽다, 요정병이다 이런 소리를 들을 줄은 꿈도 못 꿨는데, 나도 놀랐다.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삼천포의 주인은 애당초 김성균이었다. 삼천포는 영화 <박수건달>에서 보스의 오른팔 춘봉이로 분한 김성균의 코믹한 연기를 눈여겨본 제작진이 “춘봉이가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생활을 한다면…”이란 가정을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는 “김성균이 아니었다면 그냥 없어졌을 캐릭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김성균은 “매회 촬영을 하다보니 이젠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삼천포가 그냥 입혀지더라”라고 말하지만, 처음엔 본인도 놀랄 만큼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내가 워낙 노안이라 으레 마흔살(그는 1980년생이다)까지도 보는데 스무살 대학생 역할이 들어온 거다. 감독님과 첫 미팅 때, 쓰던 모자도 벗고 평소보다 더 후줄근한 차림으로 갔다. 괜히 캐스팅했다가 나중에 제대로 보시고 당황하실까봐. (웃음)”

지구력만큼은 자신 있다

삼천포는 축복이지만 언제까지나 즐길 순 없다. 아니, 서둘러 “삼천포의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 드라마 방영 중에 개봉한 <용의자>를 보면서, 김성균의 클로즈업 컷에 웃음을 참지 못한 관객이 분명 있을 것이다. 삼천포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극에 몰입하는 데 훼방을 놓은 것이다. 김성균이 연기한 북한 특수요원 리광조는 지동철(공유)에게 복수의 대상이자 애증의 관계로 <용의자>의 비극을 강화시키는 심각한 캐릭터다. 이 정도면 심각한 ‘부작용’ 아닌가. “극장에서의 반응을 듣고 나도 좀 놀랐다. 원신연 감독님이 재밌는 해프닝이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라고 위로해주시더라. 주로 악역이나 센 캐릭터만 하다가 <응사>로 코믹 역할을 하면서 급작스런 이미지 변화에 대한 염려가 분명 있었다. 요즘은, 이러다가 또 갑자기 살인범을 하면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여줄까 싶어 걱정도 된다.”

김성균은 느닷없이 등장했고, 깊숙이 각인됐으며, 누구보다 빨리 성장했다. 이 모든 것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의 욕심에서 비롯됐다. <용의자>의 리광조를 택한 것도 김성균의 또 다른 욕심이 작동한 결과다. “이 영화를 통해서 액션배우의 길을 열어봐야겠다”고 맘먹었던 그는 그 다짐을 곱씹으며 뜨거운 여름 내내 체육관을 들락거렸다. 그리고 그의 욕심은 쉬지 않고 여전히 자라고 있다. “최근엔 내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이제 겨우 나쁜놈, 살인마, 스무살의 대학생을 보여준 거니, 앞으로 내가 할 역할은 많겠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김성균의 ‘앞으로’에 내기를 걸어도 전혀 손해볼 것이 없을 것 같다. 먼저 돌아보자.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형배(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의 독특한 단발머리, <이웃사람>의 살인마 류승혁의 매서운 눈빛, <남쪽으로 튀어>의 시골 청년 봉만덕의 순박한 미소,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살인마 아빠 동범의 기괴함. 본인은 “닥치는 대로, 따지지 않고 지난 2년을 정신없이 달렸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그동안 내보인 괴력의 재능은 앞으로 더욱 들끓을 것이다. 그가 말한대로 행한다면 말이다. “난 아직도 내가 초라해 보이고 작게 느껴진다. 배우는 누군가가 불러주지 않으면 굶는 직업이다. 내가 믿는 건 하나다. 연극하면서 쌓아온 끈질긴 지구력, 잡초 같은 정신이다. 그거 하나는 자신 있고 앞으로도 그 부분만큼은 의심이 없다.”

배우 김성균은 충무로가 지난 2년간 거둔 알찬 수확이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는 쉽지 않은 길을 거쳤고 그래서 그는 지금의 주목에도 의연하려 한다. 대구 출신인 그가 연기를 시작한 건 고등학생 시절 연극반을 하면서부터다. “낯가림도 심하고 불편한 자리에 가면 한없이 무너지는 성격 때문에 남 눈치도 보는 성격인데 연기할 때만은 기죽지 않고 자신 있었다.” 게리 올드먼의 연기를 따라하면서 자신의 연기를 과신하던 시절이었고, 연기만 할 수 있다면 굶어도 좋았던 시절이었다. 그랬던 김성균이 흔들린 건 그에게 아들이 태어나면서다. “결혼하고 첫아들이 태어난 뒤 연기를 그만하자고 생각했다. 땀 흘려 일해 하루 7만원만 벌어도 가족이랑 맛있는 생선구이 먹으면서 살 수 있는데, 내가 뭘 위해서 연기를 고집하나. 그 생각하니 비전 없고 수입도 없는 연기를 포기할 수 있겠다 싶더라.” 그때 만일 <범죄와의 전쟁>에 캐스팅이 되지 않았고 윤종빈 감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성균의 지금도 없었을지 모른다. “신기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금쯤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갔을지도 모를 바로 그 순간에, 가장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거다.”

윤종빈 감독에게 발탁되고 그를 눈여겨본 하정우가 같은 소속사에 들어올 것을 권해 지금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기까지, 배우 김성균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전개된 건 순식간이었다. “윤종빈 감독은 내 생에 특별한 인연이다. 일면식도 없는 감독님이 나를 구제해주신 거다.” 올해 김성균은 윤종빈 감독의 차기작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탐관오리들로부터 고초당하는 민초 중 하나인 나주 백성 장씨로 출연하며, 또 윤종빈 감독과 인연을 이어나간다. “윤종빈 감독, 하정우, 마동석 등 여러 형님들. 이들의 삶과 작품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고, 같은 팀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고향에 온 것 같은, 더이상 혼자가 아닌 뿌듯한 기분이 드는 거다.” 대중이 그를 원하는 지금, 김성균은 밀려드는 시나리오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고심 중이다. “요즘은 정말이지 큰일이다. 결정을 해야 하는데. (웃음) 시나리오를 보는 건 아직 좀 어렵지만, 좋은 작품 열심히 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천천히 삼천포를 벗어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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