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와 파워레인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각각 대쇼커와 대잔개크 군단의 지구 정복 계획에 맞서 싸우던 가면라이더와 파워레인저(슈퍼전대). 그러던 어느 날 “파워레인저 캡틴포스”의 캡틴 마벨러스가 역대 가면라이더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기 시작하고, “가면라이더 디케이드”의 츠카사 역시 전대전사들을 습격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심지어 적들과도 손을 잡은 캡틴 마벨러스와 츠카사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동료들은 일이 이렇게 틀어진 원인을 찾기 위해 결국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결심한다.
1971년에 시작한 <가면라이더> 시리즈, 그리고 1975년에 시작한 <파워레인저>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신작을 만들어오고 있다. 그 4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참신한 기획도 여러 차례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2012년 일본에서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극장판 가면라이더 vs 파워레인저 슈퍼히어로 대전>이다. 정의를 위해 싸워왔던 가면라이더와 슈퍼전대가 서로의 존망을 걸고 대결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을 내세운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팬들의 기대를 사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스케일도 그에 걸맞게 커져 300명이 넘는 역대 슈퍼히어로와 괴수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클라이맥스는 기대만큼의 즐거움을 준다(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바이오맨’과 악당 ‘실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파격이 그 자체로 좋은 것은 아니다. 이 정도로 자극적인 이야기라면 그에 걸맞은 개연성 있는 설정이 필요했을 텐데 이 영화는 단지 납득하기 힘든 반전만을 거듭하며 이야기의 구멍을 얼렁뚱땅 건너뛰려 한다. 정의를 지킨다는 슈퍼히어로들이 서로 배신하며 자기들끼리 병 주고 약 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40년 넘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온 악당들이 오히려 더 듬직해 보일 정도이다. 선배들이 정의를 지켜오며 쌓아온 역사와 전통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남겨둬야 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