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모르는 세계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극장판>
2014-01-29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사춘기 청소년 특유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빗대어 일본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언급했던 ‘중2병’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우리에게는 중2병을 이겨낼 ‘마라톤’이 있지만 일본은 아직 그렇지 않은가보다. 이시하라 다쓰야의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극장판>(이하 <중2병 극장판>)은 2011년 발간된 동명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TV용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극장 버전으로, 지난해 완결됐던 1기 방영분에 몇몇 새로운 에피소드와 등장인물을 추가한 <중2병> 시리즈의 ‘종합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중2병> 2기는 현재 일본에서 방송 중이다).

스스로를 ‘다크 플레임 마스터’라고 부르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중2병 환자 유타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과거를 잊고 새 출발한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어느 날 우연히 유타 앞에 등장한 소녀 릿카는 자신이 중2병 환자임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밝히며 유타를 다시금 ‘중2병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서로를 이해하게 된 유타와 릿카는 이내 사랑에 빠지고, 이야기는 점점 더 미궁으로 흘러들어간다.

이 애니메이션이 신기한 것은 현실과 판타지를 끊임없이 오가면서도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는 매우 느슨하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의 전제에는 단지 ‘중2병’이 있을 뿐이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모르는 세계 혹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바로 ‘중2병의 세계’다. 때문에 유타와 릿카가 경험하는 판타지는 대부분 엉뚱하고, 그래서 더 기발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혹은 그 이하의) 판타지가 펼쳐지곤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텔레비전 시리즈를 본 적이 없거나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관객에게 <중2병 극장판>은 생각보다 따라가기 힘든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조금만 더 관객에게 친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그래서 더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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