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술품을 굳이 미술관까지 가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미술은 공감각의 예술이다. 건축, 전시는 말할 것도 없고 회화에서도 공간감은 실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11월 4년여의 준비 끝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미술관으로서 대중과의 소통을 지향한다. 1986년에 개관한 과천관이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덕수궁관이 한국 근대미술 위주로 전시된 공간으로 활용되었다면 세 번째 국립미술관인 서울관은 동시대 국제미술과 한국 현대미술의 교차점을 살펴볼 수 있는 융합의 공간이다. 여러 장르와의 자유로운 교류와 현대미술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열린 장소인 셈이다. 1월22일부터 3월16일까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특별전은 이같은 서울관만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는 영화관이 마련되어 있다. 3D영화를 테마로 한 이번 특별전 <3×3D>에서는 3D영화를 통해 기술의 최전선과 영화미학의 가능성을 동시에 조망할 예정이다. 3D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넘어 공간에 대한 영화의 기존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미학적인 혁신이기도 하다. 한동안 밀물처럼 쏟아진 3D영화의 유행은 주로 산업적인 영역에 주안점을 두고 찍어내듯 만들어졌지만 그 와중에도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과 탐험정신을 잊지 않은 영화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이번 특별전은 이같이 영화문법의 영역을 넓힌 독창적인 3D영화들을 소개함으로써 영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특색, 가능성에 대해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나아가 국립현대미술관이 아우르는 폭넓은 영역에 본격적으로 영화의 자리를 마련하여 대중적으로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 미술관이 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추천작 5편과 한국영화아카데미 3D 제작지원작 8편 등 총 13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3D영화 기획전은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의 정수를 꿰뚫는 절묘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의 타이틀이자 영화 제목이기도 한 <3×3D>는 세계적인 거장 3인이 3D와 도시를 주제로 만든 옴니버스영화다.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저스트 인 타임>은 포르투갈의 역사를 한눈에 펼쳐놓은 작품으로 그리너웨이만의 현란한 색감과 독특한 형식미를 확인할 수 있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세 개의 재앙>은 분절된 이미지와 내레이션을 통해 3D영화의 역사와 가치, 잊혀져가는 영화적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에드거 페라 감독의 <시네사피엔스>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으로서 3D에 대한 긍정적인 영역을 더듬는다. 3D라는 지각의 변화가 가져올 미래, 현실을 넘어선 어떤 순간의 경험을 특유의 풍자와 유머 속에서 풀어낸다. 세편의 옴니버스 모두 영화미학의 최전선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달한 3D영화 연출을 선보인다.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잊혀진 꿈의 동굴>은 체험으로서의 3D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프랑스 남부 아르데슈 협곡에서 발견된 벽화를 탐험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가장 오래된 예술을 최신의 기술로 체험하는 경이로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빔 벤더스 감독의 <피나>는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그려낸 한편의 시다. 전설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벅차다.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춤의 세계를 담아낸 스콧 스피어 감독의 <스텝업4: 레볼루션>과 함께 보면 더욱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저예산으로 한국 3D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한 박흥민 감독의 <물고기>를 비롯하여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한 8편의 3D영화를 통해 국내 3D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작품과 상영정보에 관한 자세한 일정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mca.go.kr)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