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먼츠 맨’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나치에 의해 도난당한 각국의 예술품과 문화재를 되찾아 본국에 돌려주기 위해 결성된 미군의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조지 클루니가 제작, 감독, 각본, 주연까지 1인4역을 맡은 영화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은 전쟁의 포화 속으로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뛰어들었던 7명의 ‘모뉴먼츠 맨’에 대한 이야기다. 전성기가 지난 박물관 관장, 건축가, 큐레이터, 예술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의 사명은, 전장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들의 뜬구름 잡기일 뿐이다. “예술품을 지키는 일이 사람의 목숨을 걸 만큼 가치 있는 일인가?” ‘모뉴먼츠 맨’을 시작할 때 불거졌던 질문은 어디서나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질문에 대한 답은 예상이 가능하지만, 그 답을 말하는 것은 영화에서도 쉽지 않다.
지난 1월16일 베벌리힐스의 한 호텔에서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케이트 블란쳇, 맷 데이먼, 빌 머레이, 존 굿맨, 밥 발라반 등의 출연진과 각본가 그랜트 헤슬로브가 참석해 한 시간가량 문답을 주고받았다. “2차대전을 무대로 한 <오션스> 시리즈”라는 영화 홍보문구처럼 기자회견장에는 웃음이 그칠 줄 몰랐다.
브래드 피트 대신 맷 데이먼?
조지 클루니, 빌 머레이, 맷 데이먼 등 배우 및 제작진 인터뷰
-(조지 클루니에게) 영화의 주제는 진지한데 다루는 방식은 경쾌하고 가볍다. 다양한 연령의 관객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의도적인 설정이었나.
=그렇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2차대전에 대한 이야기라서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은 2차대전에 대해서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데 이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존 스터지스 영화들처럼 다양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즐길 거리가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빌 머레이에게) 이 영화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어서 출연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1년전쯤에 조지(클루니)가 나에게 와서는 그가 만들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줬고, 재밌게 들렸다. 1년 뒤에 조지가 내게 영화에 출연하겠냐고 물었다. 지난 1년 동안 이 영화에 대해서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이야기 자체도 매력적이었지만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조지 클루니에게) 아직도 되찾지 못한 예술품이 600점이 넘는다고 들었다.
=도난된 예술품 중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집이나 다른 나라의 미술관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몇몇은 본국으로 송환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은 길고도 힘들다. 점차 정당한 주인에게 미술품을 돌려주자는 움직임이 있기도 하지만 원주인이 부유한 사람이거나 악명 높은 사람일 경우 대중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예술품들이 문화적으로 중요하며 본국으로 돌려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조지 클루니에게) 3년마다 영화를 연출해왔는데, 감독은 어떤 점에서 매력적이며,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어떤 감독으로 변화했는지 궁금하다.
=조지 클루니는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웃음) 감독으로서 영화를 가지고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렇게 긴 까닭은 각본, 사전제작과정, 후반작업 등에 걸리는 시간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창조적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며, 감독으로서 나는 코언 형제, 스티븐 소더버그, 알렉산더 페인 등 내가 함께 작업한 감독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감독 일을 즐기는 것은 맞다.
-(조지 클루니에게) 이 배우들을 다 모으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캐스팅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캐스팅 과정은 재미있었다. 브래드(피트)를 캐스팅할 수 없어서 맷(데이먼)을 캐스팅했다. (웃음)
맷 데이먼_뭐 괜찮다. 케이트 블란쳇과 연기한 사람은 나뿐이니까.
조지 클루니_정말로 재밌었다. 그랜트(헤슬로브),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의 각본가)와 함께 앉아서 누가 빌 머레이를 힘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아르고> 파티에 갔는데, 거기서 밥(발라반)을 만났고, 그라면 빌을 고생시킬 수 있을 듯했다. 나머지 배우들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썼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다.
밥 발라반_앞으로 집에 있지 말고 파티란 파티는 모두 참가해야겠다. (웃음)
-(조지 클루니에게) 독일군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과의 작업은 힘들지 않았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독일 배우들은 75년 동안 계속해서 나치를 연기해왔다. 그들을 불러놓고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이 부분에서 정말 나쁜 놈처럼 굴어줬으면 좋겠어.” 그럼 그들은 “아마도 이 캐릭터는 꼭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입대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되묻고, “아니, 그냥 나쁜 나치야. 그냥 나쁘게 연기해줘”라고 부탁한다.
케이트 블란쳇_독일에서 촬영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2차대전 이후 어마어마한 양의 도덕적인 질문들이 쏟아진 나라이며, 그 질문을 통해 문화와 정체성까지 만들어낸 나라다. 베를린에서 살고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독일은 문화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나라다. 거기서 촬영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존 굿맨에게) 장 뒤자르댕과 두 번째로 연기한 경험이 어땠나.
=이번에도 좋았다. 특히 이번엔 영어로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웃음)
-원조 ‘모뉴먼츠 맨’ 중에서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나? 있다면 영화를 보았나.
=그랜트 헤슬로브_그들 중 어린 편이었던 몇몇은 살아 있다. 그리고 많은 ‘모뉴먼츠 맨’의 가족들이 우리에게 연락해서 그들의 사진이나 편지 등의 기록을 보여주었다. 하루는 한 여성의 편지를 받았는데, 자신의 할아버지가 모뉴먼츠 맨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영화홍보를 통해서 알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녀를 시사회에 초대했다.
-(조지 클루니에게) 2013년의 가장 훌륭한 영화 중 하나인 <그래비티>에 출연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알폰소 쿠아론은 이 업계에서 손꼽히는 천재 중 하나다. 그는 진짜 천재다. 이제까지 나쁜 영화라는 걸 만든 적이 없다. 그는 그가 하는 일을 끔찍이 사랑한다. 그런 사람과 함께 일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이렇게 말하면 될까? 영화를 찍는 내내 알폰소 쿠아론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래비티>가 어떤 영화가 될지 알지 못했다. 후반작업에만 2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