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석 감독의 전작 <낮술>(2008)이 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면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 <조난자들>은 길에서 시작하되 폐쇄된 공간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상진(전석호)은 시나리오작가다. 주인 없는 펜션에서 글을 완성하기 위해 강원도의 깊은 산속으로 향한다. 펜션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동네 청년 학수(오태경)를 만난다. 그는 자신을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과자라고 소개한다. 상진은 펜션 가는 길을 몰라 학수로부터 도움을 받지만 그의 지나친 친절과 관심이 불편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펜션에서도 찝찝한 일은 계속 벌어진다. 거친 사냥꾼은 펜션 주변을 수시로 어슬렁거리고, 펜션에서 묵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무례하다. 그날 밤 폭설이 내리면서 상진은 어쩔 수 없이 낯선 사람들과 함께 펜션에 고립된다. 그리고 손님 중 한명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조난자들>은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각기 다른 형식을 가진 영화다. 상진이 펜션을 찾아가는 전반부는 로드무비에 능숙한 감독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다. 상진과 학수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어색함과 불편함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조성하고, 불길함을 암시한다. 상진이 손님들과 함께 펜션에서 고립되는 후반부는 밀실공포 장르의 관습적인 장치들에 기댄다. 노영석 감독은 “<트레이닝 데이>에서 에단 호크가 홀로 갱단 소굴에 남아 있는 장면처럼 밀실에서 발생하는 공포를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있다. 노영석 감독의 시도는 딱 영화의 전반부까지만 성공적이다. 후반부부터 이야기의 비밀이 밝혀지는 마지막 시퀀스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까닭에 다소 지루하다. 신예 전석호와 <마이웨이> 이후 3년만에 영화에 출연한 오태경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영화는 하와이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