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이 다소 복잡하다. 할머니를 여의고 시골 마을 장터 노점상에서 야채를 팔며 살아가는 복순(김고은)은 좀 모자라지만 늘 씩씩하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생 은정(김보라)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어느 날 이 자매의 집 앞에 꼬마 나리(안서현)가 당도하면서 진짜 사건이 시작된다. 나리의 언니는 살해당했다. 그녀는 공장 사장이 자신을 폭행한 화면이 담긴 휴대폰으로 사장에게 돈을 요구 중이었다. 사장은 친척인 익상(김뢰하)에게 그 휴대폰을 받아올 것을 명령했고 익상은 다시 태수(이민기)라는 자신의 동생이자 냉혹한 살인마에게 그 명령을 전달한다. 그러다 태수가 나리의 언니를 죽이고 나리를 그의 집까지 끌고 오지만 나리는 다시 도망친다. 그렇게 해서 나리는 인근에 있는 복순의 집으로 흘러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복순의 동생 은정이 태수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이제 복순과 나리가 한조가 되어 살인마 태수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
<몬스터>의 각본을 쓰고 연출도 맡은 황인호 감독은 <시실리 2km>의 공동각본을 담당했다. <시실리 2km>와 유사하게도 <몬스터>는 한 가닥의 정연한 정서나 이야기로 흐르는 법이 거의 없다. 영화의 초반부는 내내 인물들을 맺어주느라 분주하다. 알려진 주인공으로는 복순과 태수 정도였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조역들의 자리가 없다면 영화는 앞으로 진전될 수 없다. 초반에 이야기의 판을 짜는 방식이 터무니없이 인물들을 죽여나가는 것이라서 그때 밀려오는 불쾌감은 어쩔 수 없지만, 영화가 특별한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그 특이한 조역들이 하나둘씩 우리의 웃음보를 터뜨리게 하면서부터다.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나리의 집주인 여인,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탈북자라고는 하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과는 완연히 다른 행색의 어벙한 남자, 영화의 클라이맥스까지 내내 맴도는 살벌하면서도 젠틀한 말씨의 깡패 우두머리, 그리고 누구보다 익상과 태수의 기괴한 어머니(김부선).
<몬스터>는 웃음과 공포를 흥청망청 뒤섞으며 비틀댔다가 질주하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정체와 능력이 서서히 드러난다. <몬스터>는 적잖이 막나가는 B무비다. 적어도 요즘처럼 별맛 없는 통조림들이 난무하는 한국 대중영화계 안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감독은 자기 하고 싶은 걸 골라 하며 킥킥대고 있다. 통조림식 대중영화와 거리를 둔 막가파라는 것이 무엇보다 <몬스터>의 큰 장점이다. 물론 영화적으로 뛰어나다는 뜻이 아니지만, 영화적으로 뛰어난 것이 B무비의 미학도 아니다. B무비의 미학은 뻔뻔한 형식으로 갈 데까지 가보는 것이 기본인데, 오랜만에 그런 자세에 근접한 영화를 보니 완성도나 호불호를 떠나, 관심부터 먼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