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체육관, 문화센터 등 다양한 문화시설로 구성된 마포아트센터는 매주 화요일 오후 3시에 독립/예술영화를 튼다. 상영 프로그램 이름도 아예 ‘화요일 오후 3시’다. 관람료는 3천원. 무료 상영이 아닌데도 평균 객석점유율이 50%에 달한다. 마포구에 공동체 상영 바람이 불고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마포아트센터는 올해 1월부터 시작해 2월 마지막주까지 총 4편의 독립/예술영화(<안녕?! 오케스트라> <길 위에서> <위 캔 두 댓!> <노라노>)를 상영했다. 3월 첫쨋주엔 <늑대아이>를 상영 중이다. ‘화요일 오후 3시’의 운영자인 마포문화재단 백효진 주임은 지난 10년 동안 연극, 뮤지컬, 콘서트 제작에 참여한 공연기획자. 뒤늦게 독립, 예술영화 상영에 나선 이유를 물었다.
-마포문화재단이 공동체 상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한국영상위원회가 독립/예술영화의 상영 기회를 늘리고 관객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비상설극장 기획전 정기 상영 지원사업 공모를 냈다. 마포문화재단을 비롯해 제천청풍영상위원회, 오산문화재단, 인천영상위원회 등 4군데가 선정됐다. 마포문화재단이 영화를 상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왜 ‘화요일 오후 3시’인가.
=마포문화재단은 공연을 비롯해 여러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상설극장 기획전이라고 하면 구민들에게 어려울 것 같아 쉽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공연장을 상영관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라, 상영할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 확인해보니 매주 화요일 오후 3시더라. 그래서 여러 요일이나 시간을 왔다갔다하기보다 화요일로 고정해 시민들이 알기 쉽게 하려고 했다.
-직장인은 찾기 어려운 시간대다.
=직장인들에게는 아쉽겠지만 마포아트센터를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주로 어린이와 주부 그리고 어르신들이다. 그들이 활동이 끝나는 시간대로 잡다보니 오후 3시가 되었다.
-상영작 선정과 수급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나.
=모두 혼자서 꾸려가고 있다. 티켓값이 3천원이기 때문에 개봉작은 상영할 수 없다. 그래서 극장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 중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가령 1월에 틀었던 <안녕?! 오케스트라>는 일반 상영관에서 종영한 뒤 곧바로 상영했고, <길 위에서>는 상영이 거의 끝나갈 때쯤 틀었다. 작품 선정이 끝나면 홍보 컨셉을 정해 디자인 업체와 함께 홍보 전단지를 제작한다.
-작품 선정 때문에 영화를 많이 찾아볼 것 같다.
=개봉작들은 극장에 가면 보고, 상영이 끝난 작품은 독립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인 인디플러그에서 다운받아서 본다. 배급사에 요청해 스크리너를 받아서 보기도 하고.
-관객의 반응은 어떤가.
=매주 상영이 끝나면 어떻게 알고 찾았는지, 왜 이 영화를 보려고 하는지 같은 질문이 적힌 설문지를 관객에게 돌린다. 티켓값이 싸고, 집과 가까워서 찾았다는 대답이 가장 많다. 우연히 혼자서 찾았다가 영화 상영하는 것을 보고 친구의 친구까지 데리고 오는 관객도 여럿 있었다.
-마포문화재단에서 일한 건 언제부터인가.
=공연기획자로 이곳에 온 지 3년 정도 됐다. 그 전에는 공연계에서 10년 정도 일했다. 어릴 때부터 공연과 방송에 관심이 많아서, 연극 <아트> <클로져> <행복한 가족> <거기>, 뮤지컬 <싱글즈> <천사의 발톱> <밑바닥에서> 등 여러 공연에서 기획 총괄과 마케팅을 맡았다.
-영화 상영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니 어떤가.
=일단 재미있다. 영화가 좋아서 보러 다니기만 했지 영화를 골라 관객에게 틀어주는 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또 한편으로는 공연기획자인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웃음) 영화 전문가였다면 작품을 선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안 걸렸을 텐데,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찾게 되더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쉽게 호흡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어디까지나 이 사업은 지역 관객이 편하게 상영관을 찾아 영화를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