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친구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법
<킥 애스: 영웅의 탄생> 감독 매튜 본 / 출연 에런 존슨, 클로이 머레츠
‘Kick ass’는 죽여준다, 끝내준다란 뜻이지. (:{})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이야말로 죽여주는 액션 영화일세. 평범한 고등학생인 데이브는 세상에 영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슈퍼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하지. 그리고 싸움에 능한 빅 대디, 힛 걸과 팀을 이루어 악당 디아미코와 대적하게 된다네.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 영화의 액션은 그 어떤 슈퍼히어로 영화보다도 사실적이고 스타일리시해. 특히 힛 걸이 펼치는 액션의 강도는 <킬 빌>을 연상시킬 정도지. 우연에 의해서도 아니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없이, 스스로 슈퍼히어로가 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평범한 우리들을 괜히 설레게 한다네. (:{}) 판박이 같은 슈퍼히어로물에 지쳤다면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이 신선한 쾌감을 선사해줄 걸세.
<판타스틱 Mr. 폭스> 감독 웨스 앤더슨 / 출연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립
웨스 앤더슨은 할리우드에서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가장 잘 살리는 감독이지. 특히 색상 톤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좌우를 대칭으로 맞추는 특유의 미장센은 강박에 가까운 수준이라네. 그의 유일한 애니메이션인 <판타스틱 Mr. 폭스>는 그러한 스타일이 가장 제약 없이 담긴 작품일세. 세명의 인간 농장주들이 동물 마을을 파괴하기 시작하자 Mr. 폭스가 이를 막기 위해 맞서는 내용이야. 웨스 앤더슨은 ‘키덜트 감독’이라고도 불려. (:{}) 아직 동심을 잃지 않은, 키드와 어덜트의 중간 단계라는 의미일세. 원작 소설인 <멋진 여우 씨>를 쓴 로알드 달 또한 비슷한 부류의 인물이지. 덕분에 킬킬거리며 웃게 만드는 원작의 유머감각이 그대로 살아있다네. (:{}) 혹시 스스로는 유치한 게 아니라 천진난만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한번 봐보게.
<아티스트> 감독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 출연 존 굿맨, 장 뒤자르댕
때로는 말이 필요 없는 영화가 있다네. 그래서 <아티스트>에는 말이 없지! (:{}) 이 작품은 2011년에 난데없이 등장한 흑백, 무성 영화일세.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시기, 퇴물이 되어가는 스타 배우 조지와 스타덤에 오르는 여배우 페피의 이야기이자 시대의 흐름에서 낙오된 자의 이야기일세. 감독 미셸 하자나비시우스는 제작 과정에서 화면비, 촬영기법, 화면전환 기법까지 무성 영화 시대의 고전적인 방식만을 고집했네. 가장 낙오된 방식으로 낙오자들을 보듬어준 것이지. 소리도 색깔도 없이 최소한의 것들만 가지고 만들어내는 감동의 정도는 대단하네. 결국 본질이란 변하지 않으니까. 과연 진짜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 <아티스트>를 보게.
<서칭 포 슈가맨> 감독 말릭 벤젤룰 / 출연 말릭 벤젤룰, 식스토 로드리게즈
음반이 고작 6장 팔린 실패한 미국 가수가 남아공에서는 비틀스 못지않은 슈퍼스타가 된다면, 그런데 정작 본인은 수십 년간 그 사실을 몰랐다면? 실화라고는 믿기 힘든 이 놀라운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바로 <서칭 포 슈가맨>이지. (:{}) 베일에 싸인 가수, 로드리게즈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남아공의 팬들이 나서게 되면서 모든 사건은 시작된다네. 그리고 그들의 추적 과정은 웬만한 극영화보다도 흥미진진하게 구성되어 있지. 물론 이 거짓말 같은 실화는 그 자체로도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네. 게다가 남아공에서 플래티넘 판매고를 세웠던 바로 그 음악들이 배경에 깔리기 시작하면, 주체하기 힘든 눈물이 쏟아질 거야. 기적을 믿지 않는 친구여, <서칭 포 슈가맨>을 보는 것은 어떤가?
<기담> 감독 정식, 정범식 / 출연 진구, 이동규, 김태우, 김보경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호러와는 많이 다르지. 1940년대 경성의 서양식 병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영상미로 유명하다는 어떤 친구의 추천을 듣고 봤다가 며칠 동안 불 켜고 잤다네. 창피한 일이지. (:{}) 어쨌든 내 말은, 영상미도 눈에 띄지만 귀신의 이미지도 눈에 띈다는 사실. 이렇게 무섭고 기괴한 데다 슬프기까지 하다네. 제각기 사랑 때문에 파국에 이르는 이들의 에피소드가 어우러져 퍼즐처럼 맞춰지는 재미도 있고. 특히 고 장진영을 닮은 아역으로 유명했던 고주연은 13살 답지 않은 성숙한 연기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도 했지. 보는 사람마저 머리끝이 쭈뼛하게 만들었던 공포에 질린 그녀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네. 내 콧수염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간 큰 친구에게 추천해주지. (:{})
<와니와 준하> 감독 김용균 / 출연 김희선, 주진모
통통 튀는 천방지축 이미지가 아닌, 차분하고 조용한 김희선이 등장한다네. 신선하지 않나? (:{}) 가슴 아픈 과거를 딛고 새로 시작한 사랑을 그리는 내용에 비해 분위기는 비교적 잔잔하게 흘러가는 편이야. 하지만 파격적인 소재들이 곳곳에 숨어있다네. 동성애자인 선배와 근친상간인 남매, 혼전동거 생활까지. 하지만 속단은 금물. (:{}) 막장은 절대 아니라네. 이 모든 소재가 모였음에도 풋풋하고 예쁜 모습으로 그려진다면 믿을 수 있겠나? (:{}) 수채화로 그려진 애니메이션 형식의 오프닝과 엔딩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분위기에 힘을 실어준다네. 자네들 마음을 간지럽히고 싶을 때 보면 좋은 영화지.
<파수꾼> 감독 윤성현 / 출연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조성하
상처 입은 인물의 어두운 성장을 담았다는 점에서 J. 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하지. 반어적으로 진실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 즉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았다더군. 영화 속의 소년들은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이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책으로 인해 그 누구도 지키지 못하는 결말을 초래한다네. (:{}) 우정 사이의 미묘한 거리와 그곳을 침범 당했을 때 생기는 걷잡을 수 없는 균열을 다뤘어. 이따금 우정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친구들에게 추천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