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를 신은 군인들이 도서관에 침투한다. 화염방사기로 책을 불태워 없애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면서, ‘쇼와 63년(1988년)’이란 타이틀이 떠오른다. 영화 <도서관 전쟁>은 ‘미디어 양화법’ 시행과 함께 시작되는, 시대를 뛰어넘는 가상의 드라마이다. “미풍양속을 해치는 도서관은 유해한 곳이다”란 취지로, 양화특무기관이 전국의 도서관을 검열하고 황폐화시킨다. 그러자 서기 2004년에 드디어 양화대에 반발하는 ‘도서대’가 설립된다. 주인공 카사히라(에이쿠라 나나)가 관동도서대에 지원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십년간 내전으로 번진 도서관전쟁을 멈추기 위해서, 관동도서대는 최선을 다해 양화대와 맞선다. 그 와중에 동료들이 실제로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카사히라는 흔들리지만, 본래의 목표를 잃지 않는다. 도서대 내에는 카사히라에게 시비를 거는 남자 두명이 있다. 한명은 직속상사인 도죠(오카다 준이치)이고, 다른 한명은 엘리트 동기생 테즈카(후쿠시 소타)다. 어느 날 테즈카가 카사히라에게 교제를 신청하면서, 예상치 못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2006년 발간된 아리카와 히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은 당시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여러 차례 각색됐다. 2007년에는 유미 기이로가 만화로, 2008년에는 <후지TV>에서 12부작 애니메이션으로 각각 완성했다. 이후 2012년에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출시되었고, 드디어 실사영화로도 <도서관 전쟁>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원작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에이쿠라 나나의 건강한 이미지가 주인공 느낌과 잘 부합하며, 오카다 준이치와의 궁합도 좋다. 하지만 종전 애니메이션 팬층이 아니라면 얼마나 이 가상 세계에 빠져들지는 미지수다. 그 점만 제외하면 영화간 내놓은 풍자들은 충분히 즐길 만하다. SF가 가미된 정치소설이 원작인 만큼 ‘표현의 자유’라는 대의적 테마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무거운 주제와 반대되는, 가벼운 코미디 요소들도 서로 잘 어우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