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택한다”
2014-04-04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영화홍보마케팅사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실장, 이나리 팀장

Filmography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필로미나의 기적>(2014), <겨울왕국>(2013), <비행기>(2013), <코스모폴리스>(2013), <우리 선희>(2013), <숨바꼭질>(2013), <말하는 건축 시티:홀>(2013),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 <홀리모터스>(2012), <자전거 탄 소년>(2012), <말하는 건축가>(2011), <북촌방향>(2011)

발음부터 경쾌하다. 두살 터울의 자매 이채현(사진 왼쪽) 실장과 이나리(오른쪽) 팀장이 2011년 문을 연 영화홍보 마케팅사 호호호비치라는 이름 말이다. 알고보니 작명에는 그들의 역사가 있다. 6년간 해온 영화홍보 일을 접고 브랜드 마케팅을 하며 영화판을 떠나 있던 이 팀장에게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가 <북촌방향>의 홍보를 해주면 좋겠다.” 홍상수 감독이었다. <하하하> <옥희의 영화>의 홍보로 인연을 맺은 감독이 직접 그녀를 찾은 것이다. “하겠다고 호언했는데 다음날 눈앞이 캄캄하더라. 회사도 전화기도 없는데 혼자 어떻게 하나 싶었다. 그때 영화 제작사 일을 그만두고 브랜드 마케팅을 하던 언니가 ‘둘이 하면 낫지 않겠나’ 하더라.”(이나리 팀장) 당시 이 실장도 새로운 길을 찾던 중이었다. “브랜드 마케팅은 보도 자료 하나도 얼마짜리인지 바로바로 책정되는 곳이다. 극심한 경쟁이 사고를 경직시키는 데 지쳐갔다. 그럴 바에야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자 싶었다.”(이채현 실장) 자매는 홍 감독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하하하>와 <해변의 여인>을 합쳐 ‘해변에서 호호호’라는 사명으로 일을 시작했다(현재는 호호호비치가 정식 명칭이다).

호호호비치의 색은 확실하다. 김기덕, 홍상수 감독의 영화뿐 아니라 <자전거 탄 소년> <홀리모터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 평단에서 좋은 평을 받은 작품들이 그들의 얼굴이다. “하다못해 제작자는 상이라도 받지만 마케터에게는 그런 인정과 보상이 없다. 무슨 영화를 홍보했냐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의 필모그래피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택할 것이다.” (이채현 실장) 그런 그들의 최근 선택은 <겨울왕국>.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선택됐다. 작품을 두고 벌이는 홍보사간 입찰 경쟁이 거의 없는 영화 마케팅 시장에서 홍보사는 콜을 기다리는 쪽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영화 위주로 작업해온 그들이 디즈니의 눈에 든 것이다. “디즈니와 <니모를 찾아서 3D> <비행기>를 같이 했다. 이번에도 먼저 연락이 왔다. 연령대별로 마케팅 타깃을 구체화한 그들의 전략을 배워보자는 생각뿐이었다.”(이나리 팀장)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까지도 함께하는 것을 보면 양쪽 다 얻고 배운 게 많았을 거라 짐작된다. 큰 영화와의 작업이 혹 회사의 변화를 의미하는 걸까. “우리의 필모그래피의 볼륨이 좀더 두터워진 것 정도다. 작품만 좋다면 규모와 상관없이 해나갈 거다.”(이채현 실장)

원칙은 확실하다.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서는 팀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꼼꼼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나부터가 그렇다. 윗선에서 빨리 일을 처리해야 실무자도 일이 된다.”(이나리 팀장) 그녀의 출근시간이 칼 같은 이유다. “홍보 일정이 정말 빠듯하다. 주어진 일을 얼마나 완벽하게 끝내느냐가 관건이다. 스케줄을 잘 꾸려나가는 것도 마케터의 주요 업무 능력이다. 영화는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이 탄탄한 상품이라 새로운 컨셉을 찾기보다는 어떻게 스토리를 잘 보여줄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한다. 방법은 기존의 잘된 작품들을 철저히 분석하는 거다. 시나리오와 영화를 많이 보는 건 당연하고.”(이채현 실장) 흥행작과 기대작들 속에서 호호호비치를 자주 보게 되는 것은 그녀들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에 가까워 보인다. 해변에서 호호호 웃고 있을 두 사람이 그려진다. 제법 그림이 된다.

칸영화제 명함집과 홍상수 감독 친필 DVD

챙겨야 할 업무가 많아 지치기 쉬운 게 홍보 일이다. 그럴 땐 초심을 불러내는 것만 한 처방전도 없다. 이채현 실장은 첫 사수가 선물해 준 칸영화제 명함집을 보며 좋은 선배의 길을 잰다. 이나리 팀장은 홍상수 감독의 자필 편지가 적힌 DVD와 문학서를 보며 영화와의 끈을 다시금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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