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꿈을 향한 관문 <리얼리티: 꿈의 미로>
2014-04-02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이 영화의 원제는 ‘Reality’이지만 이 작품의 내용과 지향은 한국어 부제와 딱 맞아떨어진다. 일반인이 참여해서 그들의 진솔한 삶과 태도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담아내는, 이른바 ‘리얼리티 쇼’들이 전세계 TV의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한 지 꽤 됐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청자의 욕망을 자극한다. 우선은 누군가의 실제 삶을 훔쳐볼 수 있다는 착시현상을 느끼게 하며 더불어 시청자 자기도 언제든지 TV 속의 대상이 되어 누군가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양산한다. 이 쇼는 관음증과 노출증이라는 상반된 욕망을 교묘하게 충족시키는 듯 보인다. 게다가 특별한 재능 없이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그것을 기반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는 신분상승의 판타지까지 더해지면 누군가에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현실이 아닌 꿈을 향한 관문이 되기도 한다.

<리얼리티: 꿈의 미로>는 ‘리얼리티 쇼’의 환상에 빠져 현실을 잊어버린 한 사내를 다룬다. 나폴리에서 생선 가게를 하는 루치아노(아니엘로 아레나)는 성실한 가장이다. 가족 모임에서 재치 있는 분장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끼 넘치는 삼촌이자 조카이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멋진 아빠이다. 하지만 리얼리티 쇼 <빅 브라더>의 오디션을 보면서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1차 오디션을 통과한 루치아노는 그 쇼를 통해 국민적 영웅이 된 엔조를 선망하며 자신도 그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최종 오디션에 합격하리라 확신했던 루치아노는 연락이 오지 않자 방송국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일도 그만두고 가족마저 등한시하게 된다.

나폴리 마피아 조직의 활동상을 사실적인 색채로 묘사한 <고모라>로 2008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던 마테오 가로네는 전작과 달리 유머러스한 세팅으로 매스미디어의 허상을 꼬집는 블랙코미디를 만들었다. 유명인이 되고 싶어 달뜬 루치아노를 연기한 아니엘로 아레나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전직 마피아 출신의 수감자라는 사실도 매우 특이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매스미디어의 시선을 하나님의 시선과 교묘하게 교차시켜놓은 서사적 장치들이다. 늘 우리를 굽어보시며 없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라 하셨던 하나님의 말씀처럼, 루치아노는 방송국에서 자신을 늘 지켜보고 있으며 선행을 베푸는 모습을 기대할 것이라고 믿는다. 현대사회의 새로운 종교인 매스미디어의 전지전능함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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