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메리 포핀스>가 개봉하기까지 <세이빙 MR. 뱅크스>
2014-04-02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월트 디즈니(톰 행크스)는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에마 톰슨)의 아동용 소설 <메리 포핀스>를 영화화하기 위해서, 무려 20년간 판권을 구입하려고 매달린다. 포핀스의 동화를 좋아하던 자신의 어린 딸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다. 마침내 작가가 각색을 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디즈니 영화사로 찾아온다. 회사의 직원들은 열렬히 환영하지만, 고집 있고 집요한 작가의 요구 탓에 그들은 점점 지쳐간다. 함께 일하던 작곡가 셔먼 형제(B. J. 노박, 존 슈워츠먼)와 공동각색자인 돈 다그라디(브래들리 휘트포드)는 트래버스의 무리한 요구에 질색하고, 이에 월트 디즈니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설득한다. 사실 <메리 포핀스>는 트래버스의 자전적 기억이 녹아든 소설이다. 영화는 어린 시절 그녀와 아버지(콜린 파렐) 사이에 있었던 숨겨진 추억들과, 현재의 각색과정을 교차해 보여준다. 그리하여 마침내 1964년에 영화가 개봉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뒤쫓는다.

<세이빙 MR. 뱅크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소설 <메리 포핀스>는 1934년에 첫 발매된 뒤, 총 8권의 시리즈로 완성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를 월트 디즈니가 판권을 사서 영화화했다.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는 1906년에 트래버스 일가가 호주에서 보냈던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1960년대 초 LA와 런던의 분위기, 그리고 1964년의 LA 그라우맨스차이니즈 극장에서의 첫 시사 장면까지 시대 재현에 꽤 공을 들였다. 소설의 영화화 과정이 느리게 진행되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의 교차 덕분에 지루할 틈은 없다. 실제 원작영화에 사용됐던 음악들이 재현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이야기 플롯과는 별개로, 두 과대망상증 환자간의 흥미로운 대결 구도로 볼 수도 있다. 아버지의 관계에서 얻은 오이디푸스적 신경증에 시달리는 한 중년 여성과, 골초임에도 어린이들의 제왕으로 군림한 어느 남성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배우들의 열연으로 더욱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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