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섬마을 학교를 사수하라 <백프로>
2014-04-02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일명 ‘백프로’로 불리는 천재 프로 골퍼 백세진(윤시윤). 승승장구하던 그는 방탕한 생활로 위기를 자초한다. 음주 사고로 친구도 잃고 목소리마저 안 나오는 상태로 은퇴를 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옛 은사가 교장 선생님으로 있는 섬마을로 향한다. 그곳에는 전교생이 6명뿐인 폐교 직전의 초등학교가 있다. 아이들을 스포츠 특기생으로 키워 폐교만은 막아보려는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든 세진을 잡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섬에 머물게 된 세진은 골프를 배우려는 아이들과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중에는 골프에 재능을 보이는 병주(여진구)도 있다. 술주정뱅이에 걸핏하면 매를 드는 아버지 밑에서 힘겹게 운동을 해나가는 아이다. 모든 게 부족한 상황에서 세진과 아이들은 과연 학교를 지킬 수 있을까.

<백프로>는 학교를 사수하려는 섬마을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공동 프로젝트다. 세진을 섬에 주저앉히려는 섬사람들의 단결된 행동이 과장되고 엉뚱하나 재미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세진이 가는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 주민들이 단체로 우르르 뛰어다닌다든가 연로한 어르신들이 평상에 모여 앉아 생전 처음 보는 골프공을 수건으로 고이 닦는 장면 같은 게 은근히 유머러스하다.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선생님이라는 자리를 외부인이자 자신의 상처도 채 가시지 않은 세진이, 그것도 한번의 섬 방문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다소 갑작스럽다. 마을 사람들의 심리 상태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도 그렇다. 세진을 선생님으로 모시다가도 그의 과거 행적을 알고는 “살인자한테 골프 배워 애들이 살인골퍼되면 어쩌냐”라고 난리다. “우리 백프로 쫓아내지 마이소”라는 아이들의 순박한 호소에 금세 또 마음을 푸는 어른들의 반응이 너무도 단순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행복한 결말을 위해 갈등을 일부러 끼워넣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서사의 구멍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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